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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저축성예금 19조 이탈…어디로 흘러갔을까

이명철 기자I 2023.04.30 16:20:39

4월 20일 저축성예금 1550조, 3월말보다 18.8조 감소
은행권 대한 불안심리 영향, MMF 같은기간 11.8조 증가
“예금금리 만족 못해”…증권 예탁금·신탁계정 자금 이동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은행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예금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며 은행권의 저축성예금에서 빠져나간 유동 자금이 단기금융 상품 등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안심할 수 없다, 예금서 빠져나간 자금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0일 기준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은 1550조1442억원으로 3월말(1568조9633억원) 대비 18조8191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성예금은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펼쳐졌던 지난해 11월 무렵에는 1600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월부턴 미국 SVB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벌어지며 한순간에 부도를 맞고, 이후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는 대규모 채권(코코밴드)이 손실 처리되면서 ‘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내에서도 4월부터 토스뱅크, 새마을금고, OK·월켐저축은행 등에 대해 뱅크런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유동성 위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근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불안감에 예금을 인출한 고객들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는 점도 저축성예금에 자금을 놔두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11~12월 당시 은행채 발행이 막혔던 은행들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지난해 8월 2.98%에서 9월 3.38, 10월 4.01%, 11월 4.29%까지 급등했다. 은행에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채 발행 재개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자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3월 현재 3.56%까지 낮아졌다.

최근에도 예금금리는 하향 추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1년 금리는 4월 28일 기준 연 3.4~3.45%로 한 달 전인 3월 28일 3.4~3.55%보다 상단 기준 0.1%포인트 내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를 통해 자금 조달이 쉬워져 굳이 예금금리를 올려 조달비용을 높일 이유가 없어졌다”며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데 최근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큰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축성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입출금이 쉬운 쪽으로 몰리고 있다. 마켓포인트를 보면 자산운용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은 4월 20일 189조2144억원으로 3월말(177조4347억원)보다 11조7797억원이나 늘었다.

◇“은행, 자금 이탈 대응해 예금금리 올릴수도”


MMF는 금융회사들이 단기 자금으로 운용하면서 이자를 제공하는 금융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뱅크런 등 우려로 자금을 뺀 투자자들이 단기간 수익을 올리면서 자금을 보관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 고객예탁금도 3월말 50조6018억원에서 4월 20일 52조6479억원으로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주식에 투자하려는 자금 대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신탁계정도 같은기간 5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565조423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자금 운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축성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리는 경향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전체 상업은행의 예금보유 규모는 4월 5일 17조4300억달러로 SVB 사태 이전인 3월 1일(17조6600억달러)대비 2369억달러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MMF 총자산 규모는 4조8900억달러에서 5조2500억달러로 3534억달러 증가했다.

은행권에 대한 불안 심리가 지속될 경우 추가 예금 인출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 예금금리를 올려 수익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상황이 비슷한 국내 은행과도 무관치 않은 진단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은행권 예금 인탈 재개 가능성은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금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시 은행들은 대출기준 강화와 자본 축적으로 대응해 은행 대출 감소 및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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