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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긴 현대重 임단협..평행선 달리는 '노사'

최선 기자I 2016.12.30 09:02:12

사업 분사 등 구조조정 계획 차질 우려
수주가뭄에 노사 갈등 겹쳐 경영 타격

금속노조 가입 찬반투표 후 개표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들의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올해 마지막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임단협이 장기화하면서 각 사업부문 분사 등 회사가 당면한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도 임단협에 이어 2년만에 또다시 해를 넘기게됐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8일 68차 단체교섭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양측이 기존 입장 피력을 되풀이하면서 올해의 마지막 교섭일정을 마감했다. 사측은 일감 부족에 따른 직원들의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노조측은 경영실패에 따른 피해를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처럼 임단협이 올해를 넘기게 되자 사측은 동의자에 한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성과급 선지급 방침을 철회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노조가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공식적으로 성과급 선지급을 반대한 데다 동의자도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내부소식지를 통해 ‘교섭 미타결로 동의자에 한해 30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었다. 임단협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과급 기준은 지난해 기준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185% 지급률에 따라 성과급이 지불됐다. 노조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과 관련해 사측이 회사의 현실과 맞지 않은 과도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고 있다. 11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은 70억 6200만달러로 올해초 계획했던 수주목표 195만달러의 36.2%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액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목표를 절반 이상 축소(현재 94억 9500만달러)해 74.4%의 달성률을 보인다.

내년 조선업황도 부진을 겪으면서 회사 경영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내년 4월부로 통합 경영되던 사업부문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조선불황이 다른 사업부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분사 방침에 반기를 내세우며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주장으로 강경대응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사측의 임단협 제시사항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12년 만에 금속노조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측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늘이 올해 업무 마지막 날인 데다 노사가 잠정 합의를 한다고 해도 노조 조합원의 찬반 투표 등 향후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실상 임단협은 내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노사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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