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들' 몰카공화국, 솜방망이 처벌에 '재범률 75%'

정시내 기자I 2020.07.13 15:19:30
사진=KBS2TV ‘제보자들’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 피서지나 다중이용시설을 찾은 피서객들이 마주치는 불청객. 바로 누군가 설치한 몰래카메라다.

‘화장실 몰카’, ‘샤워실 몰카’라는 이름으로 국내 웹하드 등에서 유포되는 수많은 음란물은 모두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불법 촬영물이며 피해자의 80% 이상은 여성.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이 나의 신체를 찍고, 그 촬영물을 제3자에게 유포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는 어느새 일상이 됐다.

지난 6월 30일, 여성 혼자 거주하는 충남 아산의 원룸에 설치된 인터넷 공유기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발견됐다. 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은 이전 거주자의 지인.

같은 달 24일과 26일에는 경남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교사가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알려지며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과 학교에서조차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 일상 속 깊이 침투한 불법촬영 범죄의 실태는 어느 정도인 걸까.


남자친구로부터 불법촬영과 유포 범죄를 당한 제보자 상희 씨(가명). 남자친구였던 이 모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상희 씨의 알몸과 성관계 영상을 무려 2년간 동의 없이 촬영했고, 이를 카페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지난 6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이 씨가 동의 없이 촬영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유포한 사진과 영상이 일부이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 후, 상희 씨는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괴로운 것은 누구도 자신의 고통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상희 씨는 수사 과정부터 법정 싸움까지 모든 과정에서 경찰도, 사법부도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호소하며 오늘도 자신의 신체가 촬영된 사진을 찾아 하루종일 인터넷 카페를 뒤지고, 전 남자친구의 행적을 찾는다.

성폭력 처벌법 14조에 따르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카메라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성적 욕망을 가지고 찍었는지, 피해자는 수치심을 느꼈는지 등 촬영물의 불법성 판단 기준이 애매하고 최소 처벌 기준이 없다 보니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故 구하라 몰카 사건조차도 재판부는 불법촬영에 대한 유죄를 일부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불법촬영 범죄의 약 70%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고, 재범률은 75%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도 줄어들기는커녕 폭증하고 있는 불법촬영 범죄.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잔혹한 범죄인 ‘몰래카메라’가 없는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제보자들’에서 살펴본다.

불평등·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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