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혼자가 죄?…아파트관리비 낼땐 `봉`, 연말정산은 `13월의 악몽`

송이라 기자I 2019.03.29 06:12:00

④혼자사는 1인가구, 혜택은 고사하고
아파트 관리비, 세대·평형별 부과…1인가구 부담↑
인적공제 못받는 1인가구, 연말정산은 `보릿고개`
두자녀가구보다 연79만원 세금 더…사실상 `싱글세`

다양한 종류의 1인 패키지 여행상품들. (사진=각 여행사 갈무리)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이데일리가 연속 기획으로 게재합니다. 혈연가족이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가족’ 기획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혼밥, 혼술, 혼행 등 나홀로족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세금이나 각종 제도, 비용을 책정하는 다양한 기준 속에서 1인가구의 자리는 여전히 초라하다.

인적공제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말정산에서 1인가구는 아무리 저축을 열심해 해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고 아파트 관리비나 심지어 여행상품에서도 1인이라 서럽기 일쑤다. 이에 대응해 여행사들은 혼행족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싱글차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행친구를 연결해주는 각종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인천에 사는 1인가구 인기현(가명·44)씨가 지난 2월 낸 관리비 영수증. (사진=본인 제공)


◇관리비는 ‘세대별’ 부과…싱글차지 내는 혼행 여행상품

인천의 한 아파트에 사는 1인가구 인기현(가명·44)씨는 지난달 관리비로 18만7000원을 냈다. 아침에 출근해서 낮시간엔 내내 집에 없고 사실상 집에 와서 잠만 자는데도 75㎡의 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관리비는 월 10만~20만원선,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겨울에는 25만원 가량이 나온다.

문제는 관리비에 포함된 대다수의 항목이 세대별 혹은 평형별로 부과돼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즉 혼자 사나 넷이 사나 월 3만원대의 경비비나 2만원대의 일반관리비는 동일하다. 커뮤니티시설이 잘 갖춰진 신축아파트들은 매달 고정적으로 커뮤니티기본료가 부과되는데 이역시 기준은 세대당이다.

인씨는 “중앙난방이라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편인데 혼자 사니 출근 후에는 연료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낮 시간에 집에 있는 노부모를 모시는 세대가 가장 이득일 것”이라며 “가구원 수별로 정확하게 나눠 관리비를 책정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적게 나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어떤 공동주택도 세대원 머릿수대로 관리비를 책정하는 곳은 없다”며 “모든 관리비는 세대별 혹은 평형별로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혼자여서 서러운 비용부담은 여행갈 때도 발생한다. 여행사의 패키지상품 예약시 1인이 예약할 때는 ‘싱글차지’가 붙기 때문이다.

통상 패키지 여행상품 요금은 2인1실을 기준으로 숙박비를 계산해 1인이 가면 기본 여행상품 가격에 더해 2인실 기준 요금을 싱글차지로 내야 한다. 직접 호텔을 예약하면 싱글차지를 내지 않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 싱글룸의 비용보다 더블룸의 인당 비용이 더 적은건 마찬가지다.

이에 혼행족이 증가하면서 여행사들은 개별 패키지 상품을 내놓거나 싱글차지를 할인해주는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행사 구분 없이 싱글차지를 물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해 이른바 합방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성행 중이다.

나홀로 여행을 즐기는 박보영(가명·36)씨는 “얼마 전 일본 온천여행을 다녀왔는데 묵고 싶은 료칸은 싱글은 아예 예약이 안돼 할 수 없이 다른 숙소를 잡았다”며 “혼자 여행갈 때는 아무래도 안전 상의 이유로 패키지를 선호하는데 싱글차지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여행사 패키지 상품이 제공하는 싱글차지 할인 프로모션 (사진=해당 여행사 갈무리)


◇저축만 해도 뜯어가는 연말정산…사실상 ‘싱글세’

1인가구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2월의 보릿고개다. 제아무리 소득공제 금융상품에 가입해도 소득공제 규모가 가장 큰 부양가족 인적공제를 전혀 못받는 상태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 재직 중인 직장인 김선홍(가명·32)씨는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세후 월 400만원의 월급 중 270만원을 저축하고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도 꼬박꼬박 냈지만 결국 25만원을 토해냈다. 김씨는 “아무리 1인가구가 저출산에 기여하지 못한다한들 자녀가 있는 사람은 그 이유만으로 몇백만원씩 돌려받는걸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며 “사실상 연말정산은 싱글세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1인가구의 세금 부담이 많다는 건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6년 한국세무학회의 ‘가구유형에 따른 소득세 세 부담률 차이 분석’ 논문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두 자녀를 가진 외벌이 혼인 가구보다 연간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4819가구와 그 가구원 7586명의 2014년 소득·소비·조세 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간소득 구간인 4000~6000만원을 기준으로 평균 유효세율은 독신가구가 2.88%, 외벌이 무자녀 가구는 2.53%, 외벌이 두 자녀 가구는 1.24%로 나타났다.

즉 각종 소득·세액공제의 차이로 독신가구는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외벌이 가구보다 평균적으로 1.64%포인트 더 높은 세율이 적용돼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낸 셈이다.

논문의 저자인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인적·특별공제가 가족 중심이고 출산장려정책 관련 공제제도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독신가구의 세 부담이 높아 싱글세가 부과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독가구와 혼인 또는 자녀를 부양하는 가구간의 세율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단독가구, 특히 최근 증가하는 1인가구들의 불만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1인가구가 가장 대표적인 가구유형이 됐다는 점에서 1인가구에 대한 배려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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