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닻 올린 공직자수사처, 외압 못 이기면 존재가치 없다

논설 위원I 2021.01.22 06:00:00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게 될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1996년 시민단체에 의해 입법청원된 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25년만에 비로소 닻을 올리게 됐다. 공수처의 출범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과 함께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온 권력기관 개혁의 큰 틀이 정리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해방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수사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모두 담당해 왔던 검찰에게는 독점체제가 무너진 것은 물론 강력한 견제 권력이 탄생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공수처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검찰이 강력 반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갓 태어난 공수처의 역할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등 판사, 검찰총장 등 검사, 경찰청장 등 경무관급 이상 경찰 및 국세청 등의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 대한 비리 수사와 기소를 통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독립적 지위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비롯한 공직 사회를 정화하라는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특히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시켜 수사 권력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함께 담겨 있다.

법 제정 과정에서도 많은 우려와 지적이 제기됐듯이 공수처의 앞길에는 독립성과 중립성의 문제가 최대 난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검찰 역사를 보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이같은 경험으로 인해 야당과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소지가 높다고 주장해 온 야권의 목소리에도 공수처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스스로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된다면 존재 이유는 물론 검찰 개혁의 의미도 퇴색할 수 밖에 없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편도, 야당편도 아닌 국민 편만 들겠다”고 다짐했지만 힘있는 공직자 수사는 녹록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압력과 회유는 뒤따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정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공수처의 초대 처장과 검사들은 외압을 꿋꿋이 이겨낸다는 결기로 조직을 안착시키고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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