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만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은 지난주 서울시향으로부터 ‘2022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합창’ 공연 지휘 요청 연락을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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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서 가장 많이 고심한 이유는 시간이었다. 11일 리허설까지 김선욱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촉박한 시간에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11세 때 처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1999년 12월 31일, 정명훈 선생님이 지휘하고 코리안심포니(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에서 ‘합창’을 처음 들었어요. 그때도 저는 지휘를 꿈꾸던 소년이었는데, 공연장 맨 앞에서 연주를 보며 ‘이 곡을 지휘할 날이 올까’ 생각했죠. ‘합창’은 오케스트라 상주지휘자가 아닌 이상 지휘자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니까요.”
김선욱은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전곡 연주를 소화한 바 있는 자타공인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또한 수없이 들은 곡이었지만, 지휘자로 접한 악보는 그야말로 “불덩어리” 같았다. 서울시향 제안을 수락한 뒤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호텔에서 스스로 격리된 채 악보를 연구했다. 그는 “악보 속 음표들이 주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며 “3악장에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지다, 4악장에서는 인류의 형제애까지 느껴지는 신성함에 혼미해질 정도였다”고 말하며 감격에 찬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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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은 피아니스트로는 2006년 18세 나이로 리즈 콩쿠르 4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자 첫 아시아 출신 우승 기록을 세운 뒤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러나 지휘자로는 2021년 1월 KBS교향악단 공연으로 데뷔한 ‘신인’이다. 그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지휘를 할 때도 제가 추구하는 음악을 만든다는 생각 뿐”이라며 이번 공연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였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이 일어납니다. 협연자일 때는 (리허설룸에) ‘똑똑’ 하고 잠깐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기분이라면, 지휘자로는 하루를 집에서 보내는 느낌이에요. 그만큼 단원들과 교감하고 대화하는 작업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 리허설처럼만 공연한다면 좋은 연주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