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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폐광대책 재해위로금, 산재보험 아닌 민법 따라 상속해야"

남궁민관 기자I 2020.10.21 06:00:00

폐광서 일하다 진폐증으로 사망한 광부 유족
석탄사업법상 폐광대책비 지급 소송 제기
1심 배우자 상속분만 인정…2심 "전액 지급" 뒤집어
대법 "산재보험과 성격 달라" 1심 맞다고 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폐광된 광산에서 일하다가 진폐증으로 사망한 광부에게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아닌 민법에 따라 유족들에게 상속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광부로 일하다가 진폐증으로 사망한 A씨 유족들이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1990년 12월부터 1993년 4월까지 대덕광업소에서 채탄부로 근무하던 중 진폐증 진단을 받고, 2006년 5월 사망했다. 대덕광업소는 1993년 9월 폐광됐다.

A씨 배우자는 2006년 5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 산재보험법에 따라 유족보상일시금 1억880만원 중 절반을 일시금으로, 나머지를 매월 연금형태로 지급받았다.

이에 더해 A씨는 2016년 4월 한국광해관리공단에게 석탄산업법 시행령에 따른 폐광대책비 일환인 재해위로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시행령 조항에 따르면 폐광한 탄광에서 폐광일 기준 1년 이전 업무상 재해를 입은 광부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판결은 연이어 뒤집혔다. A씨 유족들에게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점은 공통되게 받아들이면서도 민법 따라 상속으로 봐야할지, 산재보험법에 따라 최우선순위 수급권자인 A씨 배우자가 전액 수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서 다른 판단이 나온 결과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상속과 관련 민법을 적용해야한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배우자와 자녀 4명을 두고 있는데, 1심 재판부는 민법에 따라 이들 상속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재해위로금 배우자에 11분의 3, 자녀 4명에 각 11분의 2를 지급해야한다고 봤다. 다만 민법상 해당 재해위로금은 일반 채권으로 분류돼 소멸시효기간은 10년으로 정해져 배우자의 11분의 3만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씨 배우자는 A씨 사망일로부터 10년이 되기 전인 2016년 4월 재해위로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A씨 자녀들은 10년이 도과한 2017년 11월에서야 모친인 A씨 배우자에게 관련 채권양도 통지가 이뤄졌기 때문.

2심은 민법이 아닌 산재보험법에 따라 1억880만원 전액 A씨 배우자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석탄산업법이 정하고 있는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은 산재보험법상의 유족급여와 마찬가지로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유족이 직접 자기의 고유의 권리로서 그 수급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파악함이 타당하다”며 “A씨가 사망한 당시 적용된 산재보험법에서는 ‘근로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던 배우자·자녀·부모·손 및 조부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최선순위 유족보상일시금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A씨 배우자는 석탄산업법에 따른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의 경우에도 전액을 공단에 청구할 수 있다”고 1심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차 민법 적용이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석탄산업법에 의한 재해위로금과 산재보험법에 의한 유족급여는 제도의 취지와 성격이 다르다”며 “석탄산업법에 의한 재해위로금은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가 아니라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대책비의 일환으로서 지급되는 특수한 성격의 위로금”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산재보험법은 유족의 권리를 별도로 명시하고 순위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반면, 석탄산업법은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자로 퇴직근로자 본인만 규정하고 있을 뿐 유족의 권리나 범위에 관한 규정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민법에 따라 A씨 배우자만이 상속받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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