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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 환자 소화기로 내리쳐 사망…치매 노인, 무죄 확정

이재은 기자I 2024.04.05 06:56:31

피해자, 두개골 골절 등으로 숨져
法 “범행 당시에는 분별능력 없어”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같은 방 환자를 소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알코올성 치매 환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사진=방인권 기자)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7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2일 확정했다.

박씨는 2021년 8월 7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잠을 자던 80대 환자 B씨의 머리와 얼굴을 소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외상성 다발성 두개골 골절 등 상해를 입고 사흘 뒤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가 간호조무사로부터 제지당하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2008년 알코올성 치매를 처음 진단받았으며 뇌수술 이후 증상이 심해져 2020년부터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1심 재판부는 “박씨가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박씨가 심신상실이 아닌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는 형법상 처벌하지 않지만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의료감정 결과와 병원장 진술 등을 토대로 “평소에 어느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분별할 판단 능력이나 그에 따라 행동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어 치료감호시설보다는 요양시설에서의 관리가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했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박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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