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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부사관에 카톡서 'ㅁㅊㄴ인가?'…무죄 판결 이유

양희동 기자I 2024.02.11 14:25:58

법원 "초성 따서 사용 용어 모욕엔 해당"
상관없는 카톡방서 불만 표현 흔해…모욕 경미
발설자 색출하려 후임병 압박 혐의는 벌금 500만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병사가 상관인 부사관을 지칭하며 ‘ㅁㅊㄴ 인가?’라고 동료 군인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올린 사건에 대해 법원이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료=카카오톡 갈무리)
11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정서현 판사)는 이같은 혐의에 따른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한 군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분대장인 부사관 B씨가 부대 내 채팅방에 개인 온라인 계정을 홍보하는 글을 실수로 올린 것을 보고, 이 화면을 갈무리해 분대원 등 18명이 있는 다른 채팅방에 올리며 “뭐지? ㅁㅊㄴ인가?”라고 썼다.

부사관 B씨는 A씨가 자신에 대한 험담을 단체 채팅방에 올린 것을 파악하고 군 수사기관에 신고하며 관련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A씨는 전역을 했고 의정부지법에서 재판을 이어갔다.

법원은 ‘ㅁㅊㄴ’이라는 표현은 흔히 온라인에서 ‘미친놈’의 초성만 따서 사용하는 용어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글을 올린 채팅방이 비슷한 계급의 생활관 병사들끼리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상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직접 대면해 말하기 어려운 병사들이 그들 간 의사소통을 위한 채팅방 내에서 불만을 표시하며 비속어나 욕설 등을 사용하는 행위는 흔히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것이 군의 조직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를 문란케 할 정도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표현은 1회에 그쳤다”며 “온라인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표현이 내포한 모욕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사건 직후 밀고자로 의심되는 후임 C씨를 불러 지속적으로 괴롭힌 혐의(면담강요)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채팅방 ‘ㅁㅊㄴ’ 발언이 사건화된 직후 후임 C씨를 생활관 등으로 데려가 “네가 사진이나 녹취 자료를 (A씨에게) 준 적 없냐”고 묻는 등 압박한 혐의다.

재판부는 “당시 대화 내용으로 보면 단순한 훈계가 아닌, 제보자 색출과 추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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