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키우는 뱁새의 모정, 세계도 감동시킬 수 있죠"

이윤정 기자I 2019.03.07 07:24:19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 출간
100억원 규모 애니메이션 제작 추진
이순원 "따뜻한 시선으로 탁란 재해석"
이정근 "사랑과 모험 이야기에 매료돼"

이순원 작가(오른쪽)와 이정근 드림리퍼블릭 대표가 ‘오목눈이의 사랑’으로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사진=해냄출판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뻐꾸기의 자식을 키우는 오목눈이(뱁새)의 마음이 궁금했다. 우리가 모르는 뻐꾸기와 어미새 사이의 정을 들여다보고자 했다.”(이순원 작가)

“애니메이션으로 적자를 많이 봐서 다시는 제작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오목눈이의 사랑’을 읽고 단숨에 결심을 바꿨다. 운명처럼 너무 좋은 글이 찾아왔다.”(이정근 드림리퍼블릭 대표)

이순원(62) 작가가 ‘정본 소설 사임당’ 이후 2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오목눈이의 사랑’(해냄)으로 돌아왔다. 붉은머리 오목눈이 ‘육분이’가 자신이 키워 떠나보낸 뻐꾸기 새끼 ‘앵두’를 찾아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다녀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목눈이의 눈물겨운 모정과 모험을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으로 담아냈다.

뻐꾸기는 다른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놓고 그 새가 대신 기르도록 하는 ‘탁란’의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뻐꾸기가 종종 나쁜 새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 작가는 “고향 집이 대관령 아래 시골이라 어릴 때부터 뻐꾸기 소리가 친숙했다”며 “흔히 나쁘게 평하는 ‘탁란’을 다른 시각에서 그려보려 했다”고 집필계기를 밝혔다.

△100억원 규모 애니메이션 제작

‘오목눈이의 사랑’은 드림리퍼블릭에서 제작을 맡아 애니메이션 제작도 추진 중이다. 단순히 한국을 넘어 북미와 유럽 등 세계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자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작가는 “출간 전 무수히 많은 에디터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근 대표는 소설을 관통하는 ‘사랑’과 ‘모험’ 이야기에 매료돼 제작을 결심했다. 완성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작비 규모는 대략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방탄소년단’이 ‘뱁새’를 소재로 노래를 불렀었다. 외국인들도 유튜브를 통해 뱁새를 잘 알더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미국 피닉스에서 살 때 한국사람들이 입양을 많이 보내는 걸 보고 ‘우리는 뻐꾸기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나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육분이의 105일간 여행

20년 이상 스테디셀러를 유지하고 있는 이 작가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동시에 실리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뻐꾸기가 아프리카에서 1만4000km를 날아와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맡긴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새들의 특성과 생태, 지구를 반바퀴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정에 착안해 작품을 구상했다. 원고지 440매 분량의 소설은 작은 오목눈이의 여행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되찾아야 할 삶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가는 “작품을 절반 정도 썼을 때 회전근개파열로 어깨 수술을 감행했다”며 “수술 후 아파서 팔을 뻗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소설을 완성했다”고 했다. “통증 속에서도 글을 쓰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 맛에 소설을 쓰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소설을 쓰면서 굉장히 기뻤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이 대표는 “책 속에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라는 말이 나오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현직 피디(SBS CP)는 “우리나라에서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감동과 철학이 들어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애니메이션 ‘오목눈이의 사랑’ 일러스트(사진=드림리퍼블릭).
애니메이션 ‘오목눈이의 사랑’ 일러스트(사진=드림리퍼블릭).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