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2017]①"지갑은 넣어둬"…4차 산업혁명 시대 달라진 금융생활

전상희 기자I 2017.03.10 06:00:00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실리콘밸리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뜨거운 이슈인데 현지에서는 혁명(revolution)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온 강태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이렇게 전했다.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처럼 보고 있지만 미국 IT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지폐 한 장 꺼낼 일 없이 대중교통·은행·마트·음식점을 이용하는 일상이 낯설지 않다. 미래학자의 책에서나 나올법했던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금융생활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금융(가명) 대리의 하루를 통해 달라진 금융생활을 살펴봤다.

이 대리는 아침 출근길마다 삼성페이로 버스와 지하철을 탄다. 출근길 은행앱을 구동해 이달 월세를 이체한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곧장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를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먹는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결제는 더치페이앱을 이용한다. 총 결제금액과 팀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금액을 계산해 청구해준다. 1분이면 충분하다. 상습적으로 밥값을 깜빡하던 김 과장에게 효과만점이다.

오늘은 야근 하는 날. 배달의민족앱을 켰다. 주문과 함께 배민페이로 결제까지 한방이다. 지난달 생일에 받았던 기프티콘으로 간식도 쐈다. 시럽월렛앱을 이용하면 잊고 있던 기프티콘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

퇴근길에 업무 중 놓친 카톡 메시지들을 살펴보다 몇 주전 친구가 보낸 모바일 청첩장이 눈에 띄었다. 날짜를 살펴보니 해외 출장과 겹친다. 토스앱을 이용해 계좌번호 없이 친구의 전화번호만으로 축의금을 송금했다.

집에 도착해선 브로콜리앱으로 가계부를 작성했다. 요즘 휴대전화 소액결제에 맛들리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상당했다. 앱으로 전체 소비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산이나 대출 규모를 점검해 투자 계획도 세웠다.

갑자기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돈이 생각났다.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해준 펀드에 가입했다. 몇달 전 가입한 상품도 수익률이 쏠쏠해 흐뭇하다.

이때 온 문자메시지. 평소에 선호하는 브랜드의 운동화 세일 정보를 신용카드사가 보낸 것이다. 이 카드사는 어쩜 내취향을 이리도 잘 아는지, 빅데이터의 능력이 놀랍다.

운동화 주문을 마치고 생각난 김에 마트 앱을 열었다. 최근에 마트에 가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을 주문하고 물건을 받고 싶은 날짜와 시간대를 정한 뒤 쓱페이로 결제를 마쳤다. 이 대리는 이제 잠자리에 들어볼까 하고 침대에 누웠다. 발끝에 뭉툭한 물건 하나가 걸린다. “어라, 지갑 두고 갔었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