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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유럽 '엑사스케일' 슈퍼컴 전쟁···"韓도 전략무기화 필요"

강민구 기자I 2020.09.23 05:00:00

누리온, 코로나19·첨단 과학연구에 활용
한국은 세계 500위권에 3기 속해···2023년 6호기 도입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첨단 과학연구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향상, 국가 과학기술 안보, 전략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각국들이 1초에 100경번 연산 가능한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속속 도입하면서 슈퍼컴퓨터 선두 쟁탈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도 디지털 뉴딜의 핵심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슈퍼컴퓨터 기반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초대용량 정보를 초고속으로 생산·처리·활용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세계 성능 순위 500위권 내의 컴퓨터를 지칭한다. 22일 기준 한국의 슈퍼컴퓨터는 누리온(17위), 누리(138위), 미리(139위) 등 3기가 속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슈퍼컴퓨터의 활용과 전략적 투자를 적극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세계 10위권 수준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약 908억원을 투입해 누리온을 구축, 세계 11위권부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내년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할 예정인 엑사스케일급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경우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누리온의 5배 수준인 3000억원에서 5000억원의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돼 국민적 설득도 필요하다.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누리온처럼 해외 제품을 구매할지,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처럼 국산화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일본은 슈퍼컴퓨터 후카쿠를 자체 개발해 구축하면서 1조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국산화를 이뤄나갈지 여부를 결정하고, 양자컴퓨터처럼 다른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와의 관계도 설정해야 한다.

미·중·일·유럽 앞다퉈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도입 예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한국은 슈퍼컴퓨터의 시스템 수를 기준으로 미국(2.65%), 중국(1.33%), 일본(10.34%)의 비율에 그쳤다. 실제 성능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3.01%), 중국(3.31%), 일본(3.55%) 비율이며, 지난해 GDP(국가총생산)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7.6%), 중국(11.52%), 일본(31.61%) 비율에 불과했다. 성능이나 GDP 대비 예산 비중을 고려하면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낮은 셈이다.

현재 일본 후카쿠(1위), 미국 서밋(2위)과 시에라(위), 중국의 선웨이타이후라이트(4위), 톈허-2A(5위)가 세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향후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시대가 열리게 되면 1초에 2.5경 번 연산이 가능한 누리온과 비교해 40배 이상의 성능 격차가 존재하게 된다. 염민선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미국 등 주요국은 슈퍼컴퓨터를 국가 경제 안보, 국민 건강과 직결된 국가 전략 무기로 본다”며 “경제성이 부족한데도 최신 슈퍼컴 도입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과학·산업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핵심 도구로 투자하고, 데이터·인공지능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2023년경 목표로 후속 호기 도입 전망

이러한 성능 격차를 우려하는 이유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지원할 국가 핵심 인프라이자 최첨단 과학연구를 지원할 발판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8년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코로나19 치료제 약물 재창출 연구, 이산화탄소 저감 물질 발견, 반도체 메모리 성능 향상 기술 등에 활용하며 다수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냈다.

약 2년간 163개 기관 3037명의 연구자들이 누리온을 활용해 437만건의 작업을 수행했다. 여기서 나온 연구개발 논문만 275편에 이른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약물 재창출 연구에도 활용해 서울대학교,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과 IBM이 주도해 지난 4월 발족한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 협의체와 공동 자원 활용으로 기초원천 기술 개발부터 환자 대응까지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데이터분석, 머신러닝 서비스와 결합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23년경에서야 후속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내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예산작업을 수행해 내·후년경 예산을 확보하고, 2023년을 목표로 후속 호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희윤 원장은 “사회의 불확실성,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데이터에 기반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며, 슈퍼컴의 역할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한국판 뉴딜, 데이터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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