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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어디 감히"…막말 국감에 또 등돌린 국민[국회기자 24시]

이상원 기자I 2022.10.15 10:45:00

막말 난무 `식물 국감` 여전
"뻘짓거리" 막말에 "김일성주의자" 색깔론
野, 권성동·정진석 `막말` 징계안 제출
與, 이재명 `방산주 보유` 징계 요구로 '맞불'
구성도 안 된 윤리위에 제소만 앞다툰 여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맞아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야는 국민 앞에 ‘민생 국감’이 될 것을 다짐했지만 만성적 문제의 ‘막말’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공방’이라는 표현은 국감 때마다 자연스럽게 붙는 수식어지만 여야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정도를 넘었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떠오르는 “너나 잘하라”부터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까지. 하루에도 쏟아지는 막말 향연에 실질적인 감사는 사라진 채 남은 것은 정쟁과 수많은 징계안뿐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계속된 막말과 색깔론…`수준 낮은` 언행의 연속

여야 간 막말 공세 수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시작은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당시 ‘아나바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사실을 언급하면서 발생했죠. 야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정쟁을 하느냐”라고 맞받아치자 김 의원은 “좀 가만히 계시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강 의원은 “니나(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반격하며 국감 막말의 장은 시작됐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감사 없는 막말’만 남았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번 주 국감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고 발언했습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고 이대준씨를 “뻘짓거리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고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어디 감히”,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말하며 책상을 세게 내리쳤습니다. 수준 낮은 언행의 연속이었죠.

색깔론은 또 등장했습니다. 앞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김문수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하면서 퇴장을 당하기까지 했죠. 여야 지도부마저 장외에서 다툼을 벌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에 공세 수위를 높이며 친일 프레임을 이어갔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히려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비판을 ‘친북’으로 규정해 응수했습니다. 서로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선 프레임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여야의 모습입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윤리위 구성도 안됐는데 여야 7명 제소

행정부를 향한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는 사라진 채 징계안만이 뒤따랐습니다. 지난 13일 민주당은 ‘조선망국론’을 주장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해충돌 문제를 거론하며 징계 요구서를 냈죠. 민주당이 정 위원장과 권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데 따른 ‘보복성 공격’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이스타항공 인사채용에서 야권 인사 청탁 정황을 지적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습니다. 관련 의혹에 양기대·이원욱 민주당 의원 2명을 거론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주된 사유입니다. 국민의힘 역시 앞서 언급한 주철현, 김교흥 민주당 의원과 더불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게 “한 마디로 맛이 갔던지 제정신이 아니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까지 추가 제소했죠.

국민의힘의 김희곤(왼쪽) 원내부대표와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난 6월30일 활동이 끝난 윤리위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는 징계안만 내던졌다는 점입니다. 징계안을 제출해도 심사할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에 윤리위 구성을 제안했지만 양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상 과정에 있을 뿐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할 것 없이 선을 너무 넘었다”며 “국민 앞에 무슨 낯으로 나아가겠느냐”고 한탄을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말꼬투리만 잡고 늘어져 파행이 번번이 이뤄지는 이번 국감도 낙제점을 받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결국 정쟁만을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비판만 남은 채 남은 국감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국회를 향한 국민의 기대는 또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전용기(왼쪽)·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의사과에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2022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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