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中 자원무기화에 대처하는 자세

이준기 기자I 2023.10.31 06:15: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중국은 지난 8월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최근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올해 12월부터 이차전지 음극재 원료, 흑연 수출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인조흑연과 제품, 천연흑연과 제품 등 9개 품목이 대상이다.

흑연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의 배터리 생산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2023년 9월까지 우리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천연흑연이 97.7%, 인조흑연이 94.3%로 나타난다. 포스코케미칼이 국내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다.

사실 중국의 전기동력화 관련 원료나 광물 수출 통제 가능성은 수년 전부터 예상됐다. 3000만대에 이르는 광활한 자동차 내수시장, 30년 이상의 자동차 생산 경험과 기술축적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차 시대 중국 토종업체들은 엔진개발 어려움이나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로 서방과 경쟁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전기동력화 추진은 중국엔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갈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와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BYD, CALT 등 전기차나 배터리 업체들은 급성장한다. 1992년 불과 20여명으로 시작한 BYD의 경우 2019년엔 종업원 20만명 수준의 회사로 성장하더니 전기버스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한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나 배터리 광물 확보에서 절대적 입지를 구축한다. 전기차 모터의 성능향상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전 세계 생산량 중 70%, 매장량 중 36%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콩고 코발트 광산 등 배터리광물 관련 세계 각국 광산의 소유권을 넓혀갔다. 전기동력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중국은 완성품뿐만 아니라 소재, 광물에서도 독보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지를 초기부터 알고 있던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급속한 전기동력화 전환에 반대하는 한편 자국 정부가 자국 내 산업 육성에 나서도록 적극 움직인다. 이에 미국은 작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해 막대한 세액공제로 미국 내 산업 육성에 나섰고 중국산 전기차나 배터리 소재·광물 수입도 제한하고 나섰다. EU도 역내 친환경·첨단기술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산 전기차 반(反) 보조금 조사 등으로 대중(對中) 견제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광물과 친환경 분야의 역외 의존 축소를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IA)안도 올해 발표했다. 특히 미국 IRA비판에 앞장섰던 프랑스는 지난 5월 ‘프랑스판 IRA’라 불리는 ‘녹색산업법’까지 발의했다.

흑연을 비롯한 중국의 원료수출통제는 이러한 국제움직임에 대한 대응조치로 판단된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다른 광물로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 중국은 희토류나 전구체 등으로 수출통제를 확대할 수도 있다. 우리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로선 흑연포함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흑연의 경우 천연흑연 주요 생산국은 중국(63.1%), 모잠비크(13.1%), 브라질(6.7%) 등이다. 쉽지 않지만 해외자원개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 실리위주 협력관계도 지속해야 한다. 흑연의 경우 중국 수출통제 시행 전까지 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수출허가가 지연·반려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지속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기술개발이다. 흑연의 경우 실리콘 기반 음극재 기술 개발을 통해 흑연 사용량 감축과 대체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은 차세대 음극재 원료로 주목받고 있으나 충·방전 중 부피변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활용도가 떨어진다. 개량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친환경 내연기관차 개발과 수소전기차의 상용화·대중화 정책도 필요하다. 이들은 전기차로 인한 중국산 원료 의존도를 한층 낮추면서 우리의 산업주도권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