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줄기세포 치료제 최초 개발…"절뚝이던 히딩크도 스쿼시 즐겨요"

강경훈 기자I 2017.11.16 06:06:00

[바이오프론티어]⑥메디포스트
세계 최초 타가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개발
손상된 무릎연골 다시 자라게 해
초기 의구심 불구 5년새 판매량 월 200건으로 늘어
치매·미숙아폐질환·당뇨병성신증 등 연구 중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가 재생의학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고 답했다.(사진=메디포스트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관절연골은 혈관이 없어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가 의학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2012년 메디포스트(078160)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카티스템’을 출시하면서 이 학설은 깨지게 됐다. 손상된 관절에 카티스템을 주입하면 연골이 스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카티스템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함에도 한 달에 200건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시장에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00년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였던 양윤선 대표가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혈(탯줄 혈액)에 줄기세포가 많이 들어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제대혈을 상용화하는 것은 혈액암 환자의 골수이식 정도밖에 없었다. 양 대표는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어떤 장기로든 분화할 수 있어 재생의학의 훌륭한 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타가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사진=메디포스트 제공)
창업 후 ‘세계 최초의 타가(他家)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 개발까지 12년이 걸렸다.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치료제로 만든 것은 카티스템이 처음이다. 카티스템이 처음 출시됐을 때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연골이 무한정 자라나 암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양 대표는 “밖에서 만들어 안에서 스스로 자라게 만드는 재생의료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며 “기존 치료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카티스템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이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기존 치료법과의 비교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요란한 빈 수레는 사라지고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으면 살아남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인공관절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째는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관절은 무릎을 째고 손상된 관절을 잘라낸 뒤 인공관절을 이식하지만 카티스템은 손상된 관절에 2㎜ 깊이의 구멍을 무수히 뚫은 뒤 여기에 약을 주입한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카티스템 수술을 집도한 송준섭 서울JS병원 원장은 “모내기를 하듯 손상된 관절에 카티스템을 채워 넣으면 3개월 정도부터 연골이 자라기 시작해 1~2년 뒤에는 젊은 사람의 연골 상태로 돌아온다”며 “걷기조차 어렵던 히딩크 감독이 이제는 골프는 물론 스쿼시까지 거뜬히 즐길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2012년 5월 첫 판매 이후 1000건 돌파까지 22개월(2014년 3월)이 걸렸지만 3000건은 10개월(2015년 12월), 6000건은 6개월(2017년 7월)로 점점 주기가 짧아졌고 조만간 누적 판매 70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표 예상대로 안착에 시간이 걸렸지만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카티스템 판매량이 618건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0%가 늘어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서는 카티스템 수술이 가능하고 미국은 임상시험 추적관찰을 종료하고 관련 보고서를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또다른 출기세포 치료제인 뉴로스템(치매 치료제)은 국내 임상 1, 2a상이 진행 중으로 연내 1단계 투여를 종료한 뒤 용량의 안전성 결과를 바탕으로 2단계 투여를 진행할 계획이다. 뉴모스템(미숙아폐질환치료제)은 국내는 2015년 임상2상을 마치고 현재 5년 장기추적관찰을, 미국에서는 임상 1, 2상 투여를 완료하고 추적관찰을 하고있다.

메디포스트 연구원이 카티스템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메디포스트 제공)
메디포스트의 R&D 비중은 매출의 30%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여명의 직원 중 20%가 연구직이다. 양 대표는 “국내외 파이프라인 임상시험, 차기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자 임상, 차세대 줄기세포 기반기술 확보 등 아직도 해야 할 연구가 쌓여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벤처 중 가장 많은 69여건의 특허를 보유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가 소개한 차세대 줄기세포 배양기술은 ‘스멉셀’이라는 기술로 세포의 증식력과 생존도, 회수율 등 줄기세포 치료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한국,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았다. 이를 이용하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메디포스트는 스멉셀 기술을 활용한 주사형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와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도 연구하고있다. 주사형 퇴행성관절염 치료제가 개발되면 카티스템 이식수술 대신 간편하게 주사로 약을 넣을 수 있어 의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양 대표는 “재생의학은 조직이 스스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카티스템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질환에 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