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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이젠 사장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류의성 기자I 2008.03.14 08:23:32

"제대로 된 게임회사 일구겠다"
웹젠에 쓴 소리.."경영 수업비용 비싸게 치른셈"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게임사업에 대한 도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데렐라니 발레리나 출신의 기업가가 아닌 제대로 된 벤처기업가로 기억에 남을 겁니다"

이수영 이젠엔터테인먼트 사장(사진)의 말이다.

그는 그동안 성공한 500억원 갑부의 벤처기업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비운의 기업인, 전신마비 장애를 이겨내고 미국 최연소 부장검사에 오른 정범진 씨와 핑크빛 사랑과 결혼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 2001년 게임회사 웹젠(069080) 대표이사로 MMORPG 뮤를 성공시켜 촉망받는 게임회사로 일궈냈지만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회사를 떠나야했다.
 
이후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소송에 휘말려 그만둬야 했다. 지난 2004년에는 아이콜스를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킨 뒤 2006년 회사를 매각해 1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06년에는 이젠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해 게임사업에 전력하고 있다.

그는 웹젠 현 대표이사인 김남주씨와 최근 CFO에서 물러난 김원선씨, 조기용 상무와 송길섭 이사 등 웹젠 전현직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야했다. 그를 밀어냈던 웹젠 경영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코스닥업체 네오웨이브-라이브플랙스의 적대적 M&A 시도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처지가 됐다.  
 
이들 관계에도 균열이 일어난 걸까. 급기야 조 상무와 송 이사는 회사를 떠났고, 김원선 씨도 최근 적대적 M&A시도로 입지가 좁아져 회사를 등졌다. 작년 이후 웹젠을 떠난 직원들은 100명을 넘는다.

웹젠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5년 1분기 이후 영업이익은 분기기준으로 연속 적자다. 3년 연속 적자인 셈. 이수영 사장이 지휘해 만들었던 온라인게임 `뮤`로 근근히 이어나가는 처지다. 야심작으로 내놨던 온라인게임 SUN 등은 게임개발 일정 지연에 국내에선 실패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급기야 김남주 대표는 13일 전격적으로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 

이 사장에게 최근 웹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지금 운영 중인 회사를 더 잘 일궈낸 뒤 이런 얘기를 할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상장한 회사의 운명은 크게 두가지 아닐까요. 계속 성장하거나 퇴출당하거나. 많은 상장기업들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실력있는 CEO를 영입하기도 하고 M&A 등 투자를 하는 것이죠. 웹젠은 이런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는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회사가 IPO할 정도로 탄탄하고 경영지표들이 우수했죠. 저는 경영전반을 지휘했고, 김남주씨 조기용씨 송길섭씨는 개발만 했습니다. 김원선씨도 웹젠에 합류한지 1년도 안됐습니다. 정작 회사 IPO를 추진하고 경영을 지휘했던 사람을 몰아냈다면 책임감있게 회사 발전과 성장에 대해 고민했어야죠. 능력이 부족했으면 이렇게 적자가 누적되기 전에 진작에 유능한 CEO를 영입했어야죠. 결국 이들은 회사자금과 주주들의 투자자금을 자신들의 경영수업 비용으로 사용한 꼴이 된 겁니다"

`만일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는 역사적 가정이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그에게 물어봤다.

"제가 웹젠에 계속 있었다면 웹젠은 엔씨소프트 이상의 기업이 되어 있을 겁니다. 또 한국과 해외 게임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젠과 중국 더나인과 합작한 나인웹젠이 더나인 대신 나스닥에 갔을 것이고,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웹젠의 지배력과 한국게임의 지배력이 지금과 달라졌을 겁니다"고 자신했다.

게임회사 이젠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댄스게임 아스트로레인저를 삼성전자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후속게임 건틀렛의 컨셉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게임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루머들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업계에는 이수영 사장이 `괴팍하다, 직원들 월급을 못주니 가지말라`는 황당한 루머들도 나돌고 있다"며 웃는다.

최근 웹젠이 네오웨이브-라이브플랙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이 사장이 복귀할 것이라는 루머도 한 사례. 이 사장은 "관심없습니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웹젠이 현재 코스닥업체들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 2005~2006년 웹젠 인수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는 "웹젠 보유지분은 다 처분했습니다. 그동안 보유지분에 대한 문의가 많이 왔고 M&A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가능성이 적다고 오히려 제가 만류를 했습니다. 라이브플렉스와 네오웨이브에서 문의를 했다면 똑같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을 겁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간의 잘못된 루머들로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회사를 키워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이콜스 매각 계약을 했던 주체와 마지막 인수한 주체가 달라서 저도 아이콜스의 작금의 결과를 보고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콜스를 매각한 건 머니게임이네`, `아이콜스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네` 라는 루머들이 괴롭혔습니다. 아이콜스 매각이 부당행위로 비쳐진 거죠. 제가 만일 범법을 저질렀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어요?"

UC아이콜스는 최근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본전액 잠식 및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자기자본 10억원 미만인 상황이다. 상장 폐지에 몰렸다. 실적 부진에 일부 경영진들의 횡령 혐의로 혼란스럽다.

그는 왜 아이콜스를 매각했을까.

"아이콜스는 SI업종 성격상 매출은 일정하지만 수익이 낮은 편입니다. 내부관리가 조금만이라도 안되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죠. 게임산업은 게임 유료화가 성공하면 순익은 높습니다. SI업종과 게임업종을 잘 조화시키면 매출과 순익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게임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게임사업을 붙이는 것이 상장사로써 리스크가 커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하면 아이콜스까지 부실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웹젠-마이클럽-아이콜스 사태에 이어 사실과 다른 루머까지 맘 고생이 심했을 법하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남편인 정 검사를 따라 미국에서 편하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사업을 접고 평범하게 살면 제가 옳았다는 것을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지금 한국에서 바로 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그동안 속시원히 말 못하고 꾹꾹 참아왔던 쓴 소리를 한꺼번에 해주기 위해서. 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서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이젠엔터테인먼트는 MTV 스타일의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한 역동적인 댄스게임 아스트로레인저를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서비스하고 있다. 이 댄스게임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게임업계 입문 당시 발레리나 출신의 `춤`과 영화배우를 경험했던 `끼`가 뭉쳐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담긴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젠은 아스트로레인저 붐업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차기 라인업인 액션게임 건틀렛과 축구게임을 기존의 컨셉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젠은 게임개발 스튜디오인 비스킷소프트와 혼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자본력으로 무장한 해외 기업들의 도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게임산업 종주국으로 자처했지만 중국 게임회사들이 거세게 추격해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바다이야기로 증폭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게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다.

이 사장은 "게임회사는 게임회사일 뿐이라는 인식을 버려야합니다"라고 지적한다.

"게임이라는 콘텐트를 돈을 내고 즐기는 유저층을 확보했다는 점에 안주해선 안되죠. 요즘 게임 개발에 수십 수백억원을 투자해 만들어 내지만 이를 시장에서 소화시킬만 한 구조를 만드는데도 실패했습니다. 영화산업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고 말한다.

"예전 게임산업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벽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모르지만 비지니스에 능력있던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었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자본력과 비지니스마인드, 실력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게임을 이해하고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영 실력은 없지만 게임은 잘안다고 외치는 경영자들, 실력이 없으면서 몸값만 비싼 게임개발자들 앞으로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질 겁니다. 열정을 가진 사람, 벤처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인재들이 게임업계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나를 믿자`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경영철학이요? 이젠이라는 회사를 보란 듯이 키워서 보여줄 겁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회사, 사회에도 기여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우수한 회사. 회사에 기여한 직원들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다 같이 성장 기쁨을 나눠줄 수 있는 투명한 회사.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사장은 올 연말 직원들과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기분좋게 야외에서 바베큐파티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도 털어놨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발레리나 출신`,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를 뗀 유능한 사업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신데렐라니 발레리나 출신…. 이런 수식어들은 저의 성공에 대해 그저 운이 좋은 여자였다는 시각이 담긴 편견입니다. 그저 사업을 잘하는 기업가로 평가받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웹젠을 키우기위해 쏟아부었던 노력과 시간들도 제대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그러지 못하고 웹젠을 떠나야했거든요.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저의 스토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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