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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곳곳 리스크 산재…높아진 투기등급 강등 압력

권소현 기자I 2022.07.23 11:50:00

피치 3분기 리스크 분석 결과 "신용여건 악화"
EMEA·북미지역 비금융사 2.5%가 투자적격서 빠질 수도
아태지역 평가대상 81개 중 24개사 위험
중국 봉쇄정책·자산디플레·공급망 붕괴 등 리스크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주요국 통화긴축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기업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레이팅스는 3분기 등급평가 대상 기업에 영향을 줄 만한 핵심 리스크를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피치는 “물가상승 압력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모두 경기침체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은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국 대부분이 높은 물가상승 압력과 추가 금리인상, 성장률 하향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유로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동유럽과 중앙 유럽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치는 “올해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신흥 유럽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정도지만 (전반적인) 국가 신용 상태는 연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압박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상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와 북미지역 투자적격등급(IG) 비금융사들 중 2.5%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태지역(APAC) 지역에서는 등급평가 대상기업 81개 중 24개가 투자적격 등급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업종의 경우 미국 은행은 하반기 다소 우호적인 환경이겠지만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등급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신흥국 은행 등급전망은 국가 신용등급과 함께 상반기에 한차례 하향조정된 후 더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터키 국가 신용등급과 은행, 보험사들은 실질적인 하향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격 조정도 리스크 요인으로 들었다. 주식과 하이일드 채권, 신흥국 채권 등 위험자산이 조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변동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상반기 유럽 하이일드채권 신규 발행은 2019년 상반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도 금리인상 기대감에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정국면이 더 많은 자산군과 업종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피치는 또 꾸준한 무역과 공급망 붕괴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실질 가계 소득에 영향을 주고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낮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상품 가격 급등과 공급 중단으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및 에너지 불안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정책과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강력한 봉쇄정책도 신용 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치는 올해 중국 실질 경제성장률을 연초 4.8%에서 최근 3.7%로 하향조정했다.

피치는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통화정책이 필요한데 신용여건 완화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채 증가 등으로 거시금융 리스크가 커지면 중국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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