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시기를 석 달가량 단축해 8월로 하겠다’는 금융당국 계획이 없던 일로 됐다. 기업들도 이에 대해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분기 및 반기 보고서 작성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장사가 적지 않아서다.
2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복합적인 이유로 올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시기를 변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결과, 기업들도 사후에 충분한 감사보수 협상기간을 준다면 지정시기 단축 요구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최종입장을 정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에도 지난해 지정일정과 같이 ‘10월14일(사전통지)→10월29일(사전통지 의견접수)→11월12일(본통지)→11월19일(재지정 요청)’ 순으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잠정했다. 지정 대상기업 수도 작년처럼 220개사로 가닥을 잡았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은 상장사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형 비상장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이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금감원에 위탁)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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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외감규정 제15조(감사인 지정의 절차)를 보면 회사는 (지정)자료를 매 사업연도가 시작된 후 9개월째 되는 달의 초일부터 2주 이내에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9월14일은 영업일이 아니어서 9월16일까지 지정여부 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금감원에 내면 됐다. 이대로 규정변동이 없는 한 올해는 9월14일이 제출마감일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시간표를 바꾸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 첫해여서 정제되지 않은 채 온갖 불만이 쏟아졌지만, 점차 제도가 안착하면서 지정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감사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정시기 단축의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금융당국자들 역시 “현장 목소리를 더 들어보겠다”면서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