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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수험생 위한 권역별시험”…난감한 대학들

신하영 기자I 2020.10.03 08:03:00

8개 권역별로 시험장 설치…인력 파견해야 하는 대학은 당혹
“격리 수험생 시험관리 인력, 학교 복귀 시 추가 격리해야”
대입 인력공백 걱정…논술 문제 유출 등 공정성 시비도 우려
“논술답안지 수거 시 소독해야…정답 스캔해 보내자” 제안도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육부가 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해 2021학년도 대입 대학별고사장을 권역별로 운영키로 하면서 대학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별로 시험관리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부담 탓이다. 논술고사의 경우 문제 유출 등 공정성 시비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학생 밀집도가 높은 실기고사는 사실상 자가격리 수험생의 별도 응시가 불가능하다는 게 대학가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2020학년도 성균관대 인문사회계열 수시논술을 치른 수험생들이 학교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입에서 논술·적성·실기·면접 등 대학별고사는 권역별로 나눠 치러진다. 보건당국에 의해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들의 전국적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2021학년도 대입 관리계획을 통해 △서울 △경인 △강원 △충청 △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제주 등 전국을 8개 권역벼로 대학별고사장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십 명 파견 인력, 어떻게 차출하나”

대학들은 권역별 고사장마다 시험 관리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8개 권역마다 1개 이상의 고사장을 설치할 방침이다.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들이기에 ‘1인 1실’을 원칙으로 시험실을 배치할 계획이라 권역별로 복수의 시험장이 필요하다는 것. 자가 격리 수험생 수와 이 중 대학별고사에 응시할 학생 규모를 파악해야하기에 고사장 수는 유동적이다. 대학별고사가 치러지는 기간에 격리 수험생이 늘어나면 시험장 수는 전국적으로 최소 10개 이상이 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수십 명의 시험관리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특히 파견된 인력은 자가격리자와의 접촉이 생길 수 있어 학교 복귀 시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 내년 2월 정시 등록까지 대입전형을 운영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인력 공백이 걱정거리다. 김현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대학들은 사실 인력 파견 문제를 가장 우려한다”며 “예컨대 자가격리 수험생들의 논술시험을 감독하고 온 인력을 2주간 격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향후 정시까지 입시를 운영해야 하는 형편에서 이러한 인력 공백 문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권역별 시험장에 파견할 인력을 차출하는 것도 문제다.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들을 관리해야하기에 자원할 인력이 극소수일 것이란 점에서다. 지역의 B대학 입학사정관은 “권역별 고사장마다 평가·감독인원이나 시험관리 인력을 보내야 할 텐데 과연 자원하는 교직원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감염 우려도 있기 때문에 파견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자원 인력 없을 것, 공정성 시비도 문제”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대학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서울 소재 A대학 입학처장은 “시험 관리자들도 밀봉한 문제를 시험 직전에야 열어보는데 8개 권역별 고사장으로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될 수 있다”며 “이어 논술 정답을 수거해 본교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정답지 유실 등의 문제가 우려되며 시험 환경이 고사장별로 다른 데서 오는 공정성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가에선 자가격리 학생들이 적어낸 논술 답안지도 소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아예 현장에서 답안지를 스캔한 뒤 본교로 전송하는 방법까지 거론된다. 인력 파견 문제를 비롯해 공정성 시비, 시험 관리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특히 수험생 밀집도가 높은 실기고사의 경우 권역별 시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C대학 입학처장은 “실기시험을 권역별로 보게 되면 시험장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사실상 실기시험은 권역별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학가의 중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음대 실기의 경우 같은 피아노로 시험을 치르고 현장에서 평가위원들이 연주를 들어본 뒤 평가해야 하는데 권역별로 이를 같은 환경으로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 연휴 뒤 추가 가이드라인 배포

대학들의 이러한 불만에도 불구, 교육부는 자가격리 수험생들의 권역별 응시를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건당국에 의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들은 사실상 환자가 아님에도 정부로부터 이동제한을 받고 있다”며 “이런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학별고사 응시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도 자가격리 수험생들이 대학별 고사에 응시토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다만 정부가 권역 내 이동제한을 푼 김에 전국단위의 이동까지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방역당국과 협의, 대학별고사를 집합금지 예외사유로 인정했다.

A대학 입학처장은 “정부가 자가격리자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대학별고사를 집합금지 예외사유로 인정했는데 이를 조금만 더 풀어 자가격리 수험생들이 해당 대학에 와서 대학별고사를 치르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대학 내에서의 시험을 허용해준다면 방역관리를 책임지고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대학에 권역별 별도고사장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사장 마다 시험관리·감독인력의 업무처리 매뉴얼 등 방역·행동수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추석 연휴 이후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관련 고3 대입 구제 차원에서 2021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한 대학이 총 101개교로 확인됐다. 논술·면접·실기 등 대학별 고사일을 1~2일에서 2~3일로 늘려 응시생을 분산하기 위한 일정 변경이 96건으로 가장 많다. (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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