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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억 낙찰총액·47억 최고가…미술계 '어게인 2007'

김용운 기자I 2015.12.22 06:16:10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8년만에 활황
서울옥션·K옥션 '단색화' 앞세워
낙찰총액 1749억원·낙찰률 80% 훌쩍
김환기 점화 47억…'청량산괘불탱' 35억
국내 근현대·고미술품 최고가 경신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서울옥션과 K옥션 등 메이저 경매회사가 설립 이래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술경매시장의 호황기에 근접했다. 지난 15일 K옥션의 올해 마지막 경매 현장(사진=K옥션)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기대감은 성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회사는 단색화 등을 앞세워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불어넣었다. 여기에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작품들이 연거푸 나오면서 대중적인 관심까지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붐을 이뤘던 민중미술 작품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던 것도 올해의 특징이었다.

△메이저 경매회사 ‘어게인 2007’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이 가장 호황이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었다. 그해 경매시장의 낙찰률은 평균 87%에 달했고 거래된 미술품 경매총액은 192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후 국내 미술시장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지난 5년간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매낙찰률은 평균 8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두 경매회사의 낙찰률이 평균 80%를 넘으며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마침내 서울옥션은 올해 낙찰총액 1078억원을 기록하며 1999년 회사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큰 성과를 냈다. K옥션 또한 낙찰총액 669억원을 기록해 2007년에 기록한 615억원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단색화 인기 경매시장 ‘활기’

올 한해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의 매출액을 사상 최고로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국내보단 홍콩경매에서의 좋은 결과가 덕분이다. 서울옥션은 올해 홍콩에서 세 차례 경매를 열어 6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으로 홍콩에서 단독경매를 진행한 K옥션은 네 차례 경매를 통해 292억여원어치를 팔았다. 인기를 주도한 것은 단색화 작품이었다.

정상화의 ‘무제 05-3-25’는 지난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1억 4200만원(750만홍콩달러)에 팔려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박서보 또한 ‘묘법 No 3-82’가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7억 3000만원(49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1월 크리스티홍콩 경매에서 박서보의 또 다른 ‘묘법 № 65-75’가 수수료를 포함해 13억 9079만원(94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6개월 만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들 외에도 윤형근·하종현의 단색화 작품도 2억~3억원대를 기록하며 작품가를 끌어올렸다.

서울옥션 10월 홍콩경매에서 11억 4200만원에 팔린 정상화의 ‘무제 05-3-25’(사진=서울옥션).


△근현대·고미술품 경매가 경신

지난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 작 ‘19-Ⅶ-71 209’가 47억 2100만원(310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근현대 미술품 중 낙찰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가지고 있던 최고가 기록(45억 2000만원)을 경신한 것이다. ‘19-Ⅶ-71 209’는 경합 끝에 한국인이 아닌 중국의 컬렉터에 건네졌다. 최고가 경신 이후에도 김환기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지난 15일 연 K옥션 겨울경매에서 김환기가 고향마을을 그린 ‘섬이야기’가 16억원에 낙찰됐고 ‘산’은 8억 3880만원에 팔렸다.

고미술품에서도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서울옥션이 지난 16일 올해 마지막 경매에서 내놓은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이 35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전까지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작품은 2012년 K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팔린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이었다. 올해는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졌다. 20여점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조선시대 달항아리(백자대호)는 지난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8억여원(120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화제가 됐다.

국내 근현대미술품 최고가 작품인 김환기 ‘19-VII-71-209’. 지난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47억 2100만원에 팔렸다(사진=서울옥션).
지난 15일 K옥션 겨울경매에서 16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섬 이야기’ ‘섬 이야기’(사진=K옥션).


△민중미술 재조명

1970~1980년대 사회비판적인 예술사조였던 민중미술이 경매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올해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16일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민중미술 분야에서 출품한 20점 중 15점이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오윤의 ‘칼노래’는 시작가의 3배를 웃도는 4800만원에 낙찰되며 경매장을 달궜다. 또 강요배의 ‘삼태성’은 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고 임옥상의 ‘도깨비’도 5800만원에 팔렸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회장은 “그간 민중미술이 저평가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민중미술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윤의 ‘칼노래’. 4800만원에 낙찰됐다(사진=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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