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OTT 다윗’ 꿈꾸던 왓챠…M&A 매물로 급부상한 이유

김성훈 기자I 2022.07.29 09:06:13

펀딩 난항에 자본시장 모습 드러낸 왓챠
추천서비스·다양성 영화 보유 강점에도
쩐의 전쟁 국면서 자금 마련 한계 봉착
지분 매각은 물론 경영권 매각도 가능성
M&A 본격화 국면서 가격 형성도 관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다윗’을 꿈꾸던 왓챠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치달은 OTT 경쟁에서 버텨낼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아서다.

왓챠는 연말 기업공개(IPO)와 웹툰·음악 등 서비스 확장 계획을 내놓으며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냉정한 평가와 마주하며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왓챠가 지분(구주) 매각, 나아가 경영권까지 매각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A로 세력 확장을 원하는 원매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OTT 쩐의 전쟁에서 자금난 마주한 왓챠

28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왓챠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분 매각이나 M&A 등 다양한 가능성 여부를 타진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태훈 왓챠 대표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업계 안팎에 퍼져 나갔다. 해당 작업은 별도의 주관사 없이 박 대표가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왓챠에 자금 이슈가 있었다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납득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왓챠는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PO 추진과 함께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2.0 버전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2020년 일본 진출에 이은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알렸다.

청사진을 그린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왓챠의 계획은 예상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자금 마련에 브레이크가 걸리자 앞선 계획을 실행할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신사업 보류에 프로듀서(PD) 등 인력이 잇따라 퇴사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분 내지는 경영권 매각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왓챠는 경영권 매각 이슈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시각은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2016~2020년 사이에 복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했다”며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회수) 시점이 다가오면서 수익실현 통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왓챠의 상황은 ‘쩐의 전쟁’으로 흐르는 OTT 시장 판도와도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와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자본 공세에 국내 내로라하는 미디어 기업들도 의기투합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는 상황이다. 치열한 각축전이 끝나고 선택받은 OTT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본 투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왓챠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정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왓챠 이용자 수는 108만 명으로 국내 7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1등 사업자 투자에도 신중한 자본시장 분위기에서 봤을 때 왓챠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왓챠가 지난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2022 왓챠 미디어데이’를 열고 음악과 웹툰 구독을 추가해 연내 선보일 ‘왓챠 2.0’을 소개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 (사진=왓챠)
◇ OTT 시장 재편 본격화…M&A 작업 본격화 관심


왓챠가 M&A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자 경쟁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투자 대상이 아닌 인수 대상으로 바라보면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왓챠는 경쟁 OTT에서 볼 수 없는 큐레이션(추천) 서비스와 다양성 영화(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도 1000만건을 돌파하면서 유의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M&A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종 OTT 1위 자리를 티빙에 빼앗긴 웨이브나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쿠팡플레이 등이 투자·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밖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발돋움한 콘텐츠 플랫폼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왓챠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매각가격이 어느 정도에 형성될지도 관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밸류에이션 3000억원 수준에 논의되던 프리IPO가 성사되지 못한 점을 들어 2000억~3000억원 안팎에 매각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왓챠가 매물로 나왔을 때 원매자들에게 관심을 끌지가 중요하다”면서도 “프리IPO때 논의 되던 밸류에이션보다 높게 받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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