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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사라질 위기…억대 연봉 청년어부 나와야"

최훈길 기자I 2020.10.22 05:00:00

[인터뷰]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어촌 인구절벽에 고령화, 수산업 기피하는 청년들
안정적 수입, 종자·사료·백신·양식기술 혁신 시급해
한국판뉴딜 스마트양식으로 성공한 청년어부 나와야

[부산=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0·30대 청년들이 대도시가 아닌 어촌에서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판뉴딜 사업인 아쿠아팜 같은 스마트양식장을 늘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연구개발 성과를 현장에 보급해 수산업을 살리고 어업인 소득을 높이는 게 국립수산과학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최완현(사진·56)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 원장은 부산시 기장군 수과원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한국판뉴딜로 수산업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어촌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어촌이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수산과학원은 국내 유일의 수산 분야 종합 국가연구기관이다. 수산경영학을 전공한 최 원장은 대학에서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을 지내는 등 30년 넘게 한우물을 판 수산행정 전문가다. 그는 2027년까지 6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노르웨이 같은 스마트양식장을 만드는 아쿠아팜 4.0 프로젝트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동안 최 원장이 스마트양식장에 공을 쏟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수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오는 어촌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 주된 이유다. 통계청 2019년 농림어업조사 결과(12월1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어가 인구는 11만3898명으로 2010년(17만1191명)보다 33% 감소했다. 어가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39.2%에 달한다.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14.9%)보다 2.6배나 높다.

최 원장은 “청년들이 어촌으로 오지 않는 이유는 태풍·고수온 등 각종 자연재해로 수산업 수입의 불확실성이 높은 점, 선박·양식장·어촌계 가입 등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점, 사업장이 격오지에 위치해 지리적·문화적 제약이 많은 점 때문”이라며 “자동화·인공지능(AI)을 결합한 스마트양식장이 도입되면 고된 일은 줄어들고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가 죽는 폐사율 문제도 스마트양식장 도입의 배경이 됐다. 최 원장은 “폐사율이 50%라고 하면 일부 어민들은 가두리 양식장에 100마리가 아니라 150마리 이상을 넣는다”며 “눈앞의 수익을 위해 이렇게 무리하게 양식을 하면 질병이 생기고 수산환경까지 악화된다. 결국 폐사율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양식이 성공하려면 질병 없는 좋은 종자, 고효율 사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수질이 필요하다”며 “아쿠아팜 스마트양식이 도입되면 종자, 사료 공급, 백신, 양식장 생산라인 등이 AI 기반으로 관리된다. 폐사율은 줄어들고 생산성·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원장은 “그동안 수산업에서 성공모델이 적었던 것은 눈에 보이는 단기간 실적쌓기 식 사업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한국판뉴딜처럼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려서 긴 호흡으로 가는 수산정책이 필요하다. 차기정부에서도 일관된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 수산업 성공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쿠아팜 4.0은 재래식 양식(1.0), 기계가 도입된 대량 양식(2.0), 부문별 자동화 관리시스템(3.0)을 넘어선 최첨단 스마트양식장이다. 과거와 달리 인공기능(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종자·사료·백신·양식장 설비 등 자동화·지능화로 양식생산 전주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아쿠아팜은 해양수산부가 양식을 뜻하는 아쿠아컬처(aquaculture)와 양식장을 뜻하는 피쉬 팜(fish farm)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자료=국립수산과학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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