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펀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연장해야

박정수 기자I 2020.07.16 03:00:00

하이일드 펀드 SK바이오팜 덕에 설정액 반등
연말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일몰…"투자자 외면 뻔해"
공사모 하이일드 펀드 2조원 수준…2015년 정점 대비 반 토막
BBB 등급 채권 수요 기반 흔들리나…"A급까지 포함해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올해 말 하이일드 펀드의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일몰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인 SK바이오팜(326030) 덕에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이 반등한 만큼 공모주 우선 배정이라는 혜택이 사라지면 투자자들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해서다.

하이일드 펀드가 위축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 등급(BBB 등) 발행사의 수요 기반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한다.

[디자인=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소멸 임박…설정액 반토막

1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은 4866억원으로 지난 6월 이후 2630억원 늘었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우선 배정을 받기 위해 일부 기관투자자가 하이일드펀드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달에만 2364억원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설정액 증가는 SK바이오팜 영향일 뿐”이라며 “올해 말 하이일드 펀드의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일몰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자금을 빼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자산에서 국내채권 비중을 60% 이상 담거나 비우량채권, 코넥스 주식을 45% 이상 담으면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는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마련한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IPO 대표 주관사는 공모주 가운데 하이일드 펀드에 10% 이상 등을 떼어줘야 한다. 배정방식은 주관사 재량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일드 펀드에서 일몰된 분리과세(2017년 말까지) 혜택도 올해 연말이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과 함께 사라진다”며 “내년부터 투자자들 외면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까지만 해도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은 2523억원으로 연초(4126억원)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2015년 7월 806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70%가량 감소했다.

하이일드 펀드는 사모펀드 비중이 큰데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에 공개된 수치만 보면 하이일드 펀드 공·사모 설정액은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2015년 6월 말 3조84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하나같이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연장해주기를 바란다”며 “SK바이오팜과 같이 청약이 어려울 때는 하이일드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공모주 우선배정 일몰 시 하나의 투자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 ‘BBB’ 등급 채권 수요 어쩌나

하이일드 펀드가 소외될 경우 BBB 등급 채권 수요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사모 하이일드펀드 규모를 2조원대로 추정하는데 공모주 우선배정 일몰 시 1조원대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하이일드 펀드를 제외하면 BBB급 발행사들의 채권을 소화할 상품이 딱히 없다”며 “공모주 우선배정 일몰 시 BBB급 발행사의 수요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내에서 채권시장의 허리인 BBB등급이 사라지며 BB등급 이하 시장까지 같이 사라지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등급은 채권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다. BBB등급이 사라지니 바로 위 A등급 채권이 환경급변 영향에 바로 노출되고 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A등급에는 등급 하향 가능성뿐 아니라 하향 시 BBB등급이 돼 조달이 곤란해질 위험이 반영되고 있다”며 “완충해 줄 BBB등급이 없으니 A등급이 기피되고 있고, 금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발행도 부진하다. 이러다간 A등급 시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이일드 펀드가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연장과 함께 A등급까지 함께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하이일드 펀드는 BBB급 채권만 담고 정부에서는 내놓는 정책이 AA급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이 필요한 곳은 정작 A급 채권 시장인데 시장 왜곡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AA급 채권 수요가 높아지자 AA급 기업의 발행금리가 최저치까지 떨어지고 A급 발행금리가 오히려 BBB급보다 높아지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연장을 요구했으나 금융당국에서 특별한 답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특히나 저등급 채권 수요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 올해 말 공모주 우선 배정 일몰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저등급 채권 수요 부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 다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원회에서 하이일드 펀드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연장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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