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상' 쉬쉬하는 바이든…4050 잠룡들 꿈틀[미국은 지금]

김정남 기자I 2022.11.20 10:19:44

미국 첫 80대 현직 대통령…'나이' 화두 떠올라
로이터 여론조사…86% "대통령 컷오프 75세 이하"
바이든 재선 도전 의지 강하지만, 나이 논쟁 더 커져
해리스·부티지지·휘트머 등 4050 잠룡들 반사효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존댓말이라는 게 없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 한두살 차이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가 아니다.

이런 미국에서 나이, 특히 정치인의 나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으면서다. 나이 많은 대통령의 대명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9년 퇴임 당시 77세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78세로 이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썼다. 미국 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대통령을 맞는 분위기는 사뭇 미묘해 보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대통령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80세 바이든 생일’이 던진 질문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로 정계 최고위직에서 일하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최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6%는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은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82세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없지는 않다. 데보라 카도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연장자의 지혜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노화 전문가인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나이를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한 것은 나이를 떠나 그의 저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정권처럼 나이 논쟁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그가 재선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80대 중반(86세)에 퇴임하는데,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표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 한 전국구 스타가 민주당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말실수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46세 취임 54세 퇴임)과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55세 퇴임)가 40세 기수론을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의 지난 9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응답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80세 생일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일 전날인 19일 토요일 맏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의 결혼식을 백악관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CNN은 결혼식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오미의 결혼식이 대통령의 생일과 같은 주말에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80세 생일이 끼인 주말을 젊게 보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결혼식 이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으로 이동해 추수감사절 명절 주간을 보낸다. 백악관에 쏠리는 여론을 의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정가 ‘4050 세대교체론’ 비등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대권 잠룡들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랭크 브루니 듀크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전면 칼럼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았지만 나이 문제에 대한 소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9명의 민주당 주요 대권 주자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58)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40)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51) 미시건 주지사를 꼽았다. 모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설 수 있을 만한 40~50대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더이상 새로운 아이(new kid)가 아닐 것이고 (이전과 비교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한 고참 전략가의 언급을 실었다. 1982년 1월생인 부티지지 장관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1978년 9월생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때 78세이며,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나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정치평론가 바카리 셀러스는 NYT에 해리스 부통령, 부티지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을 다툴 이는)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좌파 거물인 버니 샌더스(81) 상원의원을 빼놓을 것을 두고서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처=뉴욕타임스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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