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3억' 2차전…실력행사 나선 국회 VS 홍남기 버티기

이명철 기자I 2020.10.22 05:00:00

22~23일 기재부 종합감사, 보유금액 기준 철회 압박 거세
추경호·류성걸 ‘대주주 기준 10억’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
홍남기 “3억 철회 쉽지 않아”…과세 원칙·정책 일관성 이유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오는 22~23일 기획재정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또 한차례 격돌할 전망이다. 일명 ‘동학개미’ 중심으로 조세 저항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보유금액 기준을 예정대로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권한인 입법 절차를 통해 대주주 기준 강화 방안을 철회하겠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재부 의견은 참고만, 여야가 뜻 모으자”

대주주 기준은 올해 기재부 국감에서 내내 화두였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대주주는 종목당 보유금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지분율 1%(코스닥 2%) 이상인 경우로 규정한다. 연말 대주주로 분류되면 이듬해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

보유금액 기준의 경우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는데 이를 두고 과도한 범위 확대라며 주식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보유금액을 판단할 때 위아래 3대(代)인 직계존속과 배우까지 합산하는 규정은 ‘현대판 연좌제’로 불리기도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감에서 “과세 형평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 범위를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제언했다.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대주주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최초 100억원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대주주 범위 확대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소득세법 담당인 기재부가 보유금액 기준 하향 조정에 변함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야당을 중심을 법 개정을 통한 ‘실력 행사’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설정하고 가족합산은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발의에는 야당 의원 16명이 참여했다. 추 의원은 8일 국감에서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쟁점인데 여당 의원들과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같다”며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만 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의원도 이달초 대주주 범위를 보유금액 10억원 이상으로 하고 가족합산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아예 국회에서 정하게 법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여당은 아직 법안 제출은 없지만 정부가 주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3분의 1이 주식에 투자하고 정부도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에서 3억원이라는 과세 금액 기준을 고집하는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3년 전면 과세인데…더 물러서면 도미노

정치권 압박이 심해지고 있지만 기재부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국감을 통해 보유금액을 가족 합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유금액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굽히지 않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과 정치권 요청에도 정부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의 일관성이다.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한번 물러설 경우 다음 정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모든 상장주식에 양도차익이 생길 경우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공제금액은 연간 200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나오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식 전면 양도세 부과를 앞두고 대주주 요건 하향은 기존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는 과정 중 일부다. 투자자들의 반발로 3억원 하향을 철회할 경우 2023년 양도세 부과는 더 큰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단계적으로 과세 기준을 강화헤 조세 저항을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 재검토 여부와 관련해 “이미 가족 합산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 개편 내용”이라며 “(보유금액 하향 철회 등) 더 이상의 방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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