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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밸류업, 총선과 선 그어야 하는 이유

김보겸 기자I 2024.04.19 05:30: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총선 이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숫자는 이전보다 40개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데 PBR이 1배 미만인, 주가가 장부 가치보다 낮아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첫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저PBR 종목의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물론, 총선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했고 환율까지 폭등하는 등 증시 환경이 악화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총선 결과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인 만큼 여소야대 국회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큰 뜻을 같이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증시가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질 때면 외국인이 짐을 싸는 ‘위험 자산’인 상황을 벗어나려면 기업 밸류업이 필수라는 점을 ‘좌·우’와 상관없이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현재 여당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을 ‘인센티브’에 두고 있다.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주환원 등에 나서게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야당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의무공개 매수 물량 100% 확대’와 같은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밸류업이 가장 절실한 금융투자업계는 여야가 이 같은 방식을 두고 대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여야의 두 방식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기업 밸류업의 필요성에 정말 큰 뜻을 함께한다면 당근이나 채찍, 하나만 가지고는 밸류업이 가능하지는 않다는 점부터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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