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2019년부터 매년 6월과 12월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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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에너지 원자재, 국제식량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이 작년 이후 글로벌 물가 오름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5월 물가상승률에 대한 해외 요인 기여율은 각각 56.2%, 54.5%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로 지역의 경우 5월 물가상승률이 77.5%는 해외 요인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국제 식량가격, 공급망 차질은 각각 소비자물가 지수 품목 중 에너지, 식료품, 내구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크다.
해외 요인 중에서도 각국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률의 절반 가량이 에너지에서 비롯됐다.
다만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에너지와 식량 자립도가 높은 미국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의 글로벌 병목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면서 중고차 등 내구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5월 미국의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률(4.68%포인트) 중 28% 가량이 내구재(1.31%포인트)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은 중고차 가격이 5월 전년동월비 16.1%나 급등했다. 우리나라 물가지수에는 중고차가 반영되지 않는다. 신차 기준으로 보더라도 미국은 12.6% 오른 반면 우리나라는 3.3% 올랐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한 차량 생산 지연이 일부 발생했으나 상대적으로 수급 상황이 양호했다는 평가다.
유로 지역의 경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아 에너지의 물가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유로지역의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률(6.24%포인트) 중 62%인 3.87%포인트가 에너지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51.9%), 우리나라(59.4%)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EU는 대러시아 에너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천연가스(41.1%), 석탄(46.7%), 원유(26.9%) 순으로 높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량 자립도가 낮아 식료품의 물가 기여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률 3.03%포인트 중 식료품(0.96%포인트) 기여도가 31.7%나 됐다. 미국(20.1%), EU(23.6%)보다 높은 것이다.
한은은 “식료품의 경우 작년 작황 부진, 한파 등 국내 요인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한 반면 최근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미국,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물가상승률에 대한 서비스 등 근원 품목 기여율(미국 40.2%, 우리나라 34.2%)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해외 요인의 2차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