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73. 땅 부자 옥스브리지?

한정선 기자I 2018.08.09 06:00:00
캠브리지대 킹스 컬리지(사진=이민정 특파원)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을 꼽으라면 아마도 가장 먼저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이 떠오를 것입니다. 런던 근교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대학교를 중심으로 도시가 이뤄져 있죠. 도시 이곳저곳에 수백 년 된 웅장한 학교 건축물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는 한국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세계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죠.

옥스퍼드대의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케임브리지대는 1209년 옥스퍼드 학생들과 지역 주민 간 분쟁 끝에 대학을 세운 것이 유래가 됐죠. 옥스퍼드대는 법학, 인문학의 명성이 뛰어나고 케임브리지대는 물리, 화학, 수학 등 이공계에서 업적이 드높죠.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는 여러 컬리지들의 연합체입니다. 예를 들어 케임브리지대에는 트리니티 컬리지, 세인트 존 컬리지 등 31개의 컬리지가 있는데 한국 대학처럼 자연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등 한 분야의 학문에 집중하고 연계된 전공 수업을 제공하는 단과대학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컬리지는 대학본부에 재정분담금을 납부하는 것 이외에는 학생들의 학습, 생활 및 복지 관리 전반에 대해 자치권을 가집니다. 컬리지마다 역사와 전통이 다르고 재정이 빵빵한 컬리지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컬리지도 있죠. 학생들은 재정이 좋고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업적이 있는 컬리지를 선호하는 편이죠.

입학시험이나 지원자격, 제출 서류 등이 컬리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케임브리지대 내에서도 자신이 전공하는 학과와 컬리지를 선택해 지원하게 됩니다. 수업은 각 컬리지 소속 학생들이 모여 듣습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강의에는 트리니티 컬리지, 킹스 컬리지 등에 속한 경제학과 학생들이 모여 강의를 듣게 되는 것이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축적해 온 부도 대단합니다. 얼마 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두 대학의 보유 부동산 등의 규모는 35억파운드(약 5조원)에 달합니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친 말) 는 영국 내 기관 토지 소유자들 가운데서도 큰 손으로 꼽히죠.

스코틀랜드성,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오투(O2)공연장 등 두 대학이 보유한 땅과 부동산 등의 면적을 합치면 5만1000헥타로,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 면적보다 4배가량 많습니다. 영국에서 민간 토지소유자 가운데 가장 큰 손인 영국 성공회가 보유한 토지 등 부동산(4만2000헥타) 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컬리지가 지난 2009년 2400만 파운드를 주고 999년 임대권을 사들인 O2공연장의 수익이 짭짤합니다. O2공연장은 영국의 유명 뮤지션들 뿐 아니라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영국을 방문할 때 빼놓지 않고 공연하는 곳이죠. 트리니티 컬리지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공룡 기업인 안슈츠에 O2공연장을 임대해 주고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받은 임대료 및 수익이 2200만파운드를 넘었죠.

옥스퍼드대 올 솔즈 컬리지는 런던 브렌트 지역에서만 주택 등 300개가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기부금, 투자 및 기타 자산 등을 합하면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부는 총 210억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컬리지의 자산이 13억파운드로 컬리지 중 가장 큰 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옥스퍼드대에서는 세인트 존스 컬리지가 6억파운드 자산을 보유해 최고 부자 컬리지로 이름을 올렸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는 80% 이상이 귀족 등 명문가, 고소득층, 백인 자녀들로 입학생들이 구성되면서 다양한 인종, 낙후 지역 학생들을 받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부족하다고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이들 대학은 비싼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이 축적한 부가 공개되면서 이들 대학의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과 투자 등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라미 노동당 의원은 “이들 대학의 부는 혜택 받지 못한 계층,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하고 받아들이는 등 조금 더 나은 목적을 위해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옥스퍼드대는 가디언에 “옥스퍼드대와 컬리지들은 연구, 학습 등을 지원하는데 자금을 쓰며 대부분의 자산은 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특별한 목적 등을 위해 보유하고 하고 있는 것이지 일반적인 목적을 위해 언제든 사용 가능한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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