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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의 마지막 리어왕..왕관 벗은 회한의 목소리

이혜라 기자I 2023.06.11 09:34:05

연극 '리어왕' 리뷰
'노장의 저력' 이순재의 마지막 리어왕
~6월18일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연극 '리어왕'에서 배우 이순재가 연기하고 있다. 더웨이브 제공.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브리튼을 제패한 리어왕. 그는 세 딸에게 왕국을 물려주기 전 자신에 대한 세 딸의 충정과 사랑을 시험한다. 장녀 고너릴과 둘째 리건은 달콤한 말로 리어왕을 찬양하지만 셋째 딸 코딜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입을 다문다. 코딜리아에 노해 어리석은 결정을 하고 왕관을 내려놓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최고작으로 꼽히는 리어왕. ‘이순재의 마지막 리어왕’이라는 수식어 만으로도 상징성을 지니는 극. 극단 연우무대와 에이티알의 합작으로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무대에 올려졌다.

권력이란 무얼까. 권력을 취하자 돌변하는 인간, 더 크고 높은 권력을 끊임없이 탐하는 인간, 빛바랜 권력 앞에서도 변함없는 충직을 보이는 인간. 리어왕에서는 권력을 향한, 권력을 대하는 인간의 군상을 프리즘처럼 다채롭게 들여다 볼 수 있다.

‘88세 노장’ 배우 이순재는 200분 넘게 진행되는 극에서 관객조차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촘촘한 호흡으로 극을 이어간다. 엄청난 대사량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틈틈이 위트까지 챙긴다.

연극 '리어왕' 중 글로스터 백작 역의 배우 최종률(오른쪽)과 에드가 역의 배우 김현균. 더웨이브 제공.
이야기 속 이야기처럼 리어왕과 비슷한 처지로 내몰리는 글로스터 백작 역의 최종률, 거짓을 일삼다 결국 처절한 결말에 치닫는 에드먼드를 연기한 박재민의 모습도 주목된다. 적자 태생의 에드먼드가 겪은 한계가 광기로 심화하는 과정, 글로스터의 깨달음과 체념, 절망 등의 표현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2막의 전개는 호흡이 빠르다. 조명색으로 대변되는 갈등의 고조와 캐릭터들의 감정도 묘미다. 붉은색 조명 아래 펼쳐지는 격투신은 마치 뮤지컬의 군무 같은 느낌도 든다.

이순재의 마지막 리어왕 무대는 오는 18일까지 7회차에 한해 경험할 수 있다. 극은 서울 마곡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연극 '리어왕' 포스터. 더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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