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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증시인물]LG그룹의 결단에 분노한 개미들

이슬기 기자I 2020.09.19 07:00:00

LG화학 인적분할 기대한 개인…물적분할에 분노
증권가선 "예상됐던 바"…기업가치 상승 '긍정적'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구광모의 뚝심에 개미가 분노했다. LG화학(051910)이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한다고 결정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며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분사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주 증시인물은 구광모 회장을 통해 돌아본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사진=연합뉴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주(14~8일) LG화학의 주가는 전주 대비 5.53% 내린 66만 6000원에 장을 마쳤다.

LG화학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약 두 배 가량 주가가 오르며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형성,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에도 주목이 쏠린 까닭이다. 그러던 LG화학이 지난 16~17일 이틀 연속 5%대, 6%대 각각 급락하며 고꾸라졌다.

이는 LG화학이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주주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는데 방탄소년단이 다른 소속사로 옮긴 꼴”이라며 반발, 대량의 매물을 내던졌다. 심지어 몇몇 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LG화학 분사를 막아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의 물적분할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 인적분할할 유인이 크게 없던 탓이다.

구광모 회장 입장에선 배터리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테슬라도 자체 배터리를 만든다고 하는 상황에서 격차를 벌려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인적분할보다는 물적분할이 제격이다. 배터리부분을 별도로 기업공개(IPO)해야 대규모 신규자금 유입이 가능한데, 인적분할을 택할 경우 분할 재상장만 가능할 뿐 IPO가 불가능해지는 탓이다. 대주주인 LG를 비롯한 제 3자 혹은 주주배정 등의 유상증자가 가능하지만,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 유지(지분 20% 이상)를 위해 신규 조달자금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이미 LG화학은 지난달 3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사업 분사를 시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구광모 회장이 물적분할을 택한 것은 증권가에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고 언급한다. 실제 기관투자자들은 지난달 3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LG화학의 주식만 총 5898억원 내던지며 순매도 상위 2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최근 이뤄진 주가 급락은 센티멘털에 의존한 개인들의 매매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안그래도 테슬라 배터리데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물적분할 이슈는 개인투자자에게 울고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을 것”이라며 “인적분할을 막연히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물량도 대거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구광모 회장의 결단을 높게 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고 자금 조달로 인해 다른 업체들과 격차를 벌려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의 원성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구광모 회장의 판단이 주주들을 설득해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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