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재택 영업은 안 되나요

최은영 기자I 2020.03.19 05:00:00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 지구가 혼란에 빠져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번지는 대유행 속에 전례 없는 사태를 겪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요동치고, 사람들의 생활형태도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긴 줄을 서야 하고, 발 디딜 틈 없던 대형쇼핑몰이나 유통매장은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안전에 관한 본능
이 작동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외출을 기피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진 후 생필품 거래가 2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특히 신선식품 및 가공식품의 거래량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반면 백화점과 할인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업 직종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한다. 온라인이 발달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한 정보의 공유와 추천이 활성화되면 영업이 점차 축소,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타당한 주장으로 들리고, 실제 일부에서는 영업의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영업을 대면(對面) 영업 위주로 본 근시안적 판단이고, 영업이라는 의미를 잘못 규정한 오류가 있다. 이런 오류는 왜곡된 시각을 만들고,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심어 놓았다. 영업의 중요성을 고려해본다면 이런 오류와 고정관념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된다.

국어사전에는 ‘영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또는 그런 행위’라고 적혀 있다. 영어사전에서 ‘세일즈(Sales)’는 ‘물건 또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활동(The activities involved in selling goods or services)’이라고 정의돼 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영업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광의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거래의 증가로 영업활동은 축소되고 영업 인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온라인의 증가로 대면영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영업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영업이라는 개념을 협의로 또는 왜곡된 의미로 여기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영업이 선호되고 전망 있는 직종이 되어야 만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투자의 여지가 생겨난다.

중국의 왕홍(網紅·유명 크리에이터)이라는 단어가 최근 많이 알려지고 있다. 왕홍은 왕뤄홍런(網絡紅人)을 줄인 단어로 인터넷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사람들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왕홍이 중국의 시장을 이끌어가는 유통의 주역이 되고 있고, 최근 왕홍 경제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자상거래에서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왕홍이 참여하는 시장 규모는 이미 1000억위안(약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홍은 2010년도 초반 중국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생겨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2014년 이후 모바일 이용자와 소셜 플랫폼의 증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왕홍들은 인터넷에서 그들의 인기를 이용하여 제품을 광고하거나 직접 제품을 판매하여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실제 1998년생 왕홍인 장다이는 중국판 SNS 웨이보 팔로워가 584만 명에 이르는 인터넷 스타이고,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타오바오에 상점을 열어 6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왕홍들이 속속 등장을 하고 있다. 이들이 SNS나 1인 방송에 나와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면 단시간에 수십만 개의 제품이 팔려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회사들이 제품을 기획하고, 광고하고, 판매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과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최근에는 국내 회사들도 중국에 진출을 할 때 왕홍을 통한 마케팅을 종종 활용한다. 국내 모 면세점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기 위해서 중국의 슈퍼 왕홍 중의 한 명과 협업해 서울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약 4시간동안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동시접속자 150만명, 누적접속자 10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홍보효과이다. 이들 왕홍은 인기를 기반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대중의 관심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마케터와 영업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마케팅 활동으로 구매자들이 소통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서 팬층을 확보한다. 명확한 타깃 그룹을 형성하는 셈이다. 또한 이들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계층들로, 스마트폰을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구매와 직접 연결시킨다. 이들은 떠오르는 신세대 마케터이자 영업인들이다. 이렇게 보면 영업이라는 방법은 변했을지 몰라도 기본 원리는 일치한다. 중국에서 왕홍의 숫자는 2018년도에 이미 2100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을 관리 지원하는 회사도 65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 마케터, 영업인으로 온라인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왕홍은 해외 사례여서 현실감이 없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1인 셀럽 기업가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다. ‘셀럽’은 유명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셀러브리티(Celebrity)’를 한국식 발음으로 줄인 말이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파워 블로거이거나 많은 팔로워를 가진 SNS 사용자, 1인 방송진행자들이다. 셀럽들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마케팅 한다. 이들은 수익 구조를 확대하기 위해 본인의 쇼핑몰에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본질은 고객과 신뢰를 어떻게 쌓고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는가이다. 이런 기본은 고대부터 변함없는 비즈니스의 근본이다. 우리가 발전하려면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이나 SNS에 빠져 지낸다고 탓 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있는 곳이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들이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회나 정부가 할 일이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이제 젊은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업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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