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M&A 大戰]이틀새 1.7兆 '플렉스'…반등 노리는 PEF

김성훈 기자I 2020.07.13 00:11:00

상반기 M&A 시장서 움츠렀던 PEF운용사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1.7조원 실탄 '쾅쾅'
"위기가 곧 기회" 시장 매물 딜소싱 속도↑
헤지펀드 불신에 시중자금 유입 전망도
"2차 팬데믹 등 변수 없다면 하반기 반등"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거래 규모가 몰라보게 줄어든 인수합병(M&A) 시장이 하반기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시장 분위기가 하반기 시작 일주일 만에 빅딜(Big Deal·대규모 거래)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국내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목표 수익률만 제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달은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라임이나 옵티머스처럼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다수의 트랙레코드(성공사례)를 쌓은 경영참여형 PEF로 이동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멈춰선 대한항공 항공기들.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시작 동시에 빅딜…달아오르는 분위기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재무적투자자(FI)의 활약은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은 물론 실사 등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이뤄진 가장 큰 규모(2조 2650억원)의 거래였던 푸르덴셜 생명도 대형 PEF와의 경쟁 속에서 전략적 투자자(SI)인 KB금융(105560)의 품에 안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PEF 운용사들이 기존에 보유한 매물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하반기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PEF들은 이런 우려에 보란 듯이 하반기 들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7일 국내 2위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대한항공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실사 등 후속 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코가 대한항공 기내식·기내 면세점 사업부 인수를 위해 써낸 금액은 약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SK해운 경영권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가장 큰 투자액이다. 코로나19로 휘청인 항공업계 사업부문 반등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튿날인 8일 오전에는 두산(000150)그룹이 전지박(동박) 및 바이오·소재 전문기업인 두산솔루스(336370) 매각과 관련해 중견 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지난 7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지분은 두산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 전량인 61.34%로 매각 금액은 약 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반기가 시작 하자마자 1조7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면서 올 상반기 전체 거래규모의 30%를 일찌감치 채운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두둑한 실탄에 매물 풍성…“하반기 반등할 것”

앞선 두건의 M&A 소식이 업계 안팎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한앤코의 대한항공 기내식·기내 면세점 사업부 인수는 업계에서 구축한 시장 점유율(MS)이나 실적 등이 견조한 매물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시장 회복기 때 더 큰 수익률로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두산솔루스 인수전도 코로나19 여파로 원매자와 매각 측 간 이견을 보여온 상황에서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이어스 마켓(원매자 우위)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사모펀드들의 실탄이 충분한 점도 하반기 반등 요소로 꼽힌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68억달러(8조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MBK가 조성한 펀드에는 국민연금과 행정공제회, 사학연금, 코리안리(재보험) 등 국내 굴지의 연기금을 포함해 글로벌 LP(기관 출자자) 50여 곳이 참여했다.

한앤코도 지난해 10월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 투자를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 인수에 해당 펀드 자금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2조8000억원 가까운 금액이 여전히 실탄으로 남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라임과 알펜루트, 옵티머스 등 수익 추구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이 PEF 시장에 직간접적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펀드에 대한 문제점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시중 자금이 수익률에 특화돼 있는 경영참여형 PEF 투자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국내외 대형 LP들이 출자 이전에 PEF의 트랙레코드(투자 성공)나 업계에서의 영향력을 꼼꼼히 검토하기 때문에 일반 헤지펀드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며 “시중 자금이 하반기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투자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020560)쌍용자동차(003620), 대한항공(003490), 두산(000150)그룹 등 상반기 기업재무구조 개선 절차에 애를 먹은 업체들에도 이러한 분위기 조성이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도 “코로나19가 2차 팬더믹으로 번지는 등의 예기치 못한 이벤트 발생 여부만 없다면 하반기 반등 분위기로 흐를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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