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쌍용차 회생'에 베팅한 노조

김영수 기자I 2022.08.24 06: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산업부장] ‘코란도, 갤로퍼, 무쏘…’ 국내 최초, 최장수 타이틀을 쥔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명가 ‘쌍용자동차’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오는 26일 관계인 집회를 통과하면 최종 인수예정자인 KG그룹으로의 인수가 확정돼서다. 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관계인 집회서 상거래 채권단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쌍용차뿐 아니라 중소 채권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부정적 의사를 내비친 채권자들을 찾아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KG그룹이 막판 추가로 300억원을 더한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입해 파격적인 수준으로 회생 채권 변제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인수 후 로드맵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가 없다’는 말까지 나왔던 쌍용차의 과거는 굴곡진 사사(社史)로 얼룩져 있다. 쌍용차의 전신은 1954년 하동환 회장이 설립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이후 대주주는 신진자동차, 쌍용그룹,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 자동차, 인도 마힌드라 등을 거쳤다. 지금의 쌍용차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쌍용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던 시기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쌍용그룹이 한순간에 공중분해되면서 쌍용차는 대우그룹으로 매각됐지만 무리한 차입인수에 대우그룹마저 사라지게 됐다. 이후 워크아웃을 통해 2004년 10월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되면서 다시 경영난에 처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됐지만 대규모 추가 투자나 해외 판로 개척 등 경영정상화 노력은 요원했다. 이후 2020년 12월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올해 6월 회생 법원이 KG그룹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낙점하면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회생 법원은 이번 KG그룹의 인수가 불발할 경우 쌍용차의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만큼 생존의 기로에 선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쌍용차 임직원들도 회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발적으로 뜻을 모았다. 미지급 임금채권 출자전환 동의가 대표적이다. 최근 쌍용차가 임직원들의 미지급 임금채권 출자전환 신청을 받은 결과, 총 3100명이 출자전환을 신청한 것이다. 쌍용차 총 임직원 4360명의 71%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총 374억원에 달한다.

이번 미지급 임금채권 출자전환은 쌍용차 노사가 사전 교감한 뒤 KG그룹에 의사를 내비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노사가 협의해 미지급 임금채권을 출자전환한 것은 국내에서는 첫 사례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상거래 채권의 변제율 상향이 변수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쌍용차 노조가 먼저 나서 산업은행을 찾아 지연이자 탕감 등을 촉구한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사전계약만 5만 대에 이르는 토레스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쌍용차 임직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KG그룹이 회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판단에서다. 쌍용차 임직원들이 그간 흘린 피땀을 생각한다면 이번 회생계획안에 반대하는 상거래 채권기업은 지금이라도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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