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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의 IT세상]욕망의 기술인가? 새로운 화폐인가? NFT

송길호 기자I 2021.05.27 06:00:00
특정 인터넷 기술이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는 3년 전부터 뜨거운 감자다. 특히 코로나19로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서 갈 곳 잃은 돈들이 암호화폐에 몰리며 3년 전 비트코인과 ICO가 탐욕의 기술로 주목받은 것처럼 다시금 욕망의 중심에 서고 있다. 심지어 2021년 제2의 암호화폐 광풍에는 공매도 세력, 전문 투자 기관 그리고 테슬라의 CEO인 앨런머스크와 같은 비즈니스 맨들도 뛰어 들어 더 큰 폭으로 시세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등장한 암호화폐가 지난 번과 비교해 진화도 없고 그 어떤 새로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는 그 어떤 가치도 갖지 못한채 그저 투기의 수단일 뿐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왔었다. 그렇게 욕망의 기술로만 치부되었던 블록체인을 특정 국가나 기관, 기업의 개입이나 특권을 가진 집단의 보증없이도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각양각색의 조건으로 금융 서비스화하는데 이용함으로써 디파이코인, NFT 등의 이름으로 도약했다. 실제 2021년 3월11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비플”이라는 예명의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작품인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우리 돈 785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을 낙찰받은 구매자는 약 750억원 상당의 빈센트 반 고흐의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처럼 41x32.6cm 유화로 그린 캔버스를 소유하게 된 것이 아니다. 수 백억원에 구매한 이 작품은 300MB 용량의 JPG 파일이다. 심지어 작가가 원본 파일을 준 것도 아니다. 그가 받은 것은 작가가 소유권을 보증해준다는 정보를 담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일 뿐이다. 이 데이터에 기록된 것은 작품의 소유권과 가치 그리고 향후 거래와 사용에 대한 계약 조건 및 거래 이력에 대한 정보다. 이것을 NFT라고 부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3가지이다. 만일 NFT가 없었다면 구현 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1.작품을 판매하려는 사람과 구매하려는 사람 사이에서 계약 사항을 체크하고 합의를 중계해주는 신뢰를 가진 사람을 가장 먼저 찾아야 한다. 그 역할이 중요한만큼 수수료도 높을 뿐 아니라 추후 문제가 생기지 않게 계약서와 원본임을 공증하는 서류와 이를 증명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꽤 들어간다. 그런 중계자를 찾는 것 또한 숙제다.

2.작품 판매가 된 이후 수 년이 흘러가면서 후에 누가 구매를 했고, 그 과정 상에 혹여나 원작자 혹은 구매자를 사칭해서 잘못된 사기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추적 파악하기가 어렵다. 또한, 최초 구매자가 이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팔아서 최종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 파악도 어렵다.

3.그전에 중요한 것은 NFT가 없었다면 디지털 파일을 이렇게 거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누구든 인터넷 어디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 가능한 JPG 파일을 돈주고 사려고 하겠는가? 그냥 복사하면 누구나 소유 가능한데. 그것이 NFT가 가져다 준 관점의 변화이다.

NFT는 자산의 창작자나 소유주가 해당 자산의 소유, 사용 등에 대한 권리를 담은 보증서와 그런 자산이 저장, 기록된 장소를 지칭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또한, 그런 권리증을 쉽게 유통, 즉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 가격을 담고 있어 토큰화된 이 데이터를 타인에게 양도하기가 쉽다. 한 마디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만 하면 이 모든 정보를 담은 보증서가 중계자없이도 즉시 거래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거래된 내역들은 기록되어 공개되기 때문에 제3자가 사칭을 해서 이 자산에 대한 권리를 훔치거나 위조해 거래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이 기록되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 이더리움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의 암호화폐는 3년 전과 달리 비즈니스 솔루션으로서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용도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지향하는 다양한 종류의 디파이 코인도 그렇게 진화의 산물이 되고 있다. 물론, 솔루션으로서의 가치보다 투기로서의 탐욕을 우선시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투기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 NFT와 같은 암호화폐 기술이 지속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틀림없이 3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블록체인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를 해가느냐에 따라 신기루가 아닌 신세계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일례로 NFT로 구매한 디지털 작품이 실제로도 가치가 있으려면 양도받은 디지털 작품에 대한 권리를 다양하게 행사할 수 있는 사용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작품을 콜라보로 수정, 오마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재창조된 작품들을 통해 발생된 수익은 원작자, 소유자 그리고 편집자들이 공정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작품을 PC나 스마트폰 등의 개인기기가 아닌 방송, 디지털 액자 그리고 VR 등의 메타버스 공간과 가상의 액자 및 디지털 사이니징과 공공장소 등에서 사용되도록 사용권과 합당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디지털 자산이 소유권자의 허락없이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보안(DRM) 기술도 접목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NFT가 디지털 작품을 넘어 보다 다양한 사물과 오프라인 자산과도 연계될 수 있는 확장성도 중요하다.

그렇게 블록체인이 만들어낸 디파이코인, NFT는 기존의 화폐가 주지 못했던 가치와 기존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면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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