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자판기…12년만에 3분의 1 수준

김태현 기자I 2016.01.13 06:00:00

2003년 12만개 넘었던 자판기…2014년 4만개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확대로 설자리 잃었다고

(사진=응답하라 1988 캡쳐)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최근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커피 자판기가 자주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200원 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씩을 손에 들고 자판기 앞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사랑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응답하라 1988처럼 눈만 돌리면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자판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음료말고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료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자판기 사업자에 해당하는 자판기 사업소(전국)는 2014년 4만개로 집계됐다. 자판기 사업소가 가장 많았던 2003년 12만4115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식약처 관계자는 “정확한 자판기 대수는 파악이 어렵지만 자판기 사업소가 줄어드는 만큼 자판기 대수 역시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05년 당시 삼성전자(005930)가 자판기 제조사업을 매각하며 자판기 사업에서 완전 손을 뗀 것도 이 같은 자판기 사업 하향세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 자판기가 처음 등장한 건 1977년이다. 당시 롯데산업(롯데상사의 전신)이 일본 샤프에서 400대를 도입해 설치한 것이 시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빠르게 늘어난 자판기는 1990년대 중반에만 해도 ‘황금알’ 사업으로 통했다.

그러나 1999년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커피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자판기는 길거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이 늘어난 탓에 자판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 자판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4년 국내 주요 10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매장 수는 6110개로 10년 전이었던 2003년(315개)보다 20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가맹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저가 커피 전문점 매장까지 합하면 국내 커피 전문점 매장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편의점도 자판기 시장을 축소시키고 있다. 굳이 자판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 골목 건너 있는 편의점에 가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살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들도 커피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커피 자판기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2014년 드립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를 론칭했다. 세븐카페는 론칭 1년 만에 점포 수를 1000호점까지 늘렸다. 올해는 2000호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CU는 지난 2011년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매출 신장률은 매년 20~30%대를 기록 중이다. 편의점 커피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이다. CU 원두커피 가격은 1000원대로 기존 커피 전문점 가격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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