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글로벌 불황에…4대 그룹 인사 '안정 속 변화'에 방점

김응열 기자I 2023.11.17 05:30:00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중동 분쟁도…내년 어두운 경제 전망
적극적 경영·변화보다 안정에 무게…”전쟁 중 장수 안 바꾼다”
삼성 한종희·경계현 자리 지킬 듯…SK·현대차·LG도 유임 무게
미래·쇄신에 소폭 변화 가능성…”신규사업에 젊은 인재 필요”

[이데일리 김응열 하지나 박민 기자] ‘안정 속 변화’.

올 연말 4대 그룹의 인사 향배를 바라보는 재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키워드다. 고금리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 분쟁까지 겹치며 올해의 어려운 경제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다만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미래 사업 준비와 조직 쇄신 등 일부 변화를 주는 모습도 나타날 것이란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16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올 4대 그룹의 인사는 소폭 쇄신하되 교체를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기조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선 이후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어 내년에는 대폭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올해는 아직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적극적인 경영전략보단 내부 통제나 위험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며 ‘안정형 인사’에 무게를 실었다.

삼성 한종희·경계현 남을 듯…SK도 안정 속 쇄신 촉각

재계 역시 불황을 이유로 보수적 인사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에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인데 이번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임기를 채울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가전사업 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불황에도 수익을 내고 있고 반도체사업의 실적 부진도 업황 악화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 모두 임기를 남기고 떠날 정도로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아니다”고 했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4주년 기념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한 부회장은 업무 부담을 덜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 부회장은 현재 생활가전사업부장과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겸하고 있다. 사업부장을 새로 발탁하고 한 부회장은 DX부문장으로서 중장기 전략 등 거시적 관점의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SK도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경기 리스크 대응을 위해 주요 대표이사와 부회장 다수를 유임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성향도 사람을 아끼는 편이라는 후문이다. 다만 일부 쇄신에 나설 여지는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SK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이후 ‘서든 데스’ 위험을 다시 언급했다. 재계에선 인사 교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년간 자리를 지키는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오랜 기간 임기를 채우고 있는 임원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SK하이닉스의 박정호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차세대 메모리로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수출 1위 성과 현대차…신사업 인재 발굴 가능성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두 수장 모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완성차 수출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더구나 내년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정 회장이 소프트웨어중심의 차량(SDV) 회사로 체제전환을 한다고 예고한 만큼 새 인물 등용도 예상된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1월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송호성 사장(오른쪽에서 첫번째),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 송창현 TaaS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이 사업 방향성 및 비전을 공유했다. (사진=현대차)
LG에서도 계열사 대표 중 바뀔 만한 인물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LG는 지난해에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용퇴 외에 대부분의 CEO를 유임했다. 일각에선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는 LG전자의 조주완 사장과 지난해 부회장 후보로 거론된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에선 LG이노텍의 회사 크기를 고려하면 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더라도 다른 계열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서지용 교수는 “최근 시장이 불확실하고 사업의 연속성이 필요한 부분도 많아 가급적 연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신규사업이나 기술 개발에선 젊은 인재를 적극 영입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