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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도 중진공 이사장 "지역산업 혁신…'지역형 유니콘' 키운다"

김호준 기자I 2021.03.08 06: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지역산업 혁신 프로젝트 가동…한국판뉴딜에 2.6조 공급
지역별 중점 산업 지원으로 '지역형 예비유니콘' 키울 것
전통 제조업 스마트화 위해 자금·사후관리·교육 패키지 지원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의 지역별, 업종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잘 되는 기업에는 더 큰 기회를, 어려운 기업에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정책자금을 투입한 기업 중 제조기업 비중이 높은 경남지방은 매출액 증가 등 지원 성과가 전국 평균보다 다소 낮았고, 수도권 정보통신(IT)·바이오 기업은 반대로 좋았다”며 “올해는 이런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79년 설립한 중진공은 창업과 자금지원, 판로개척, 인력양성 등 기업 생애주기 전반에 거쳐 밀착 지원하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관이다. 지난해 5월 제18대 중진공 이사장으로 부임한 김 이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통상교섭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을 지내며 관가에서는 대표적인 ‘산업통’으로 꼽힌다.

그는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를 가장 잘 아는 기관이 바로 중진공”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급격한 변화와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역할을 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중책을 맡은 소감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올해 중진공 핵심 과제로 지역산업 육성을 꼽았다. 그는 “개별 기업 중심의 지원체계를 지역별·업종별 지원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48개 지역주력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함께 전용 펀드를 마련해 투자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지역형 예비유니콘’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는 13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있지만,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 김 이사장은 “경상남도의 경우 벤처캐피탈(VC)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방의 기업 육성 인프라는 열악하다”며 “중진공 32개 지역본·지부를 통해 유망기업을 매년 100개씩 3년 동안 300개를 발굴해 차세대 예비유니콘을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전통 중소기업에는 ‘선제적 구조개선’ 사업을 통해 재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컨설팅을 통해 사업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단순 자금지원뿐 아니라 사업전환까지도 함께 모색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을 5일 서울 목동 중진공 집무실에서 만나 올해 중소기업 경영환경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중진공의 지원책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IT·바이오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지방 전통 제조기업은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올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은 코로나 사태로 매출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지역·업종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지방 전통 제조기업은 수출·내수 부진으로 타격이 큰 반면, 수도권의 IT·바이오 등 유망업종은 오히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산업을 총괄하는 ‘지역산업성장처’를 신설했다. 48개 지역주력산업 중점 지원, 지역 스타트업 육성 등 방안을 담은 ‘지역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지역 업종에 맞는 펀드 형태 지원 방식도 기획하고 있다.

-지역산업 활성화 위한 중진공만의 역할은

▷중진공은 전국 32개 본·지부를 두고 있어 지역산업 밀착지원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실제로 중기부가 추진하는 규제자유특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사후관리도 맡고 있다. 특히 올해 역점 사업으로는 ‘지역형 예비유니콘’ 육성을 꼽고 싶다. 지역 혁신성장 유망 기업을 전국 지역본·지부로부터 매년 100개를 추천받아 집중 관리해 3년 동안 총 300개의 예비유니콘을 발굴할 계획이다. 경남에는 VC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 육성 인프라가 열악한데, 우리가 직접 나서 유망기업 발굴과 투자, 보육까지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스마트공장 등 디지털화가 핵심인데 지원 방안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제조기업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어보니 사후관리(A/S)와 고도화, 인력문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공장 사후관리 예산을 확보해 업체별로 최고 2000만원을 지원한다. ‘스마트공장 배움터’도 올해 3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해 현장 실습 등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스마트제조 분야 전문 인력 6만명을 내년까지 양성할 계획이다. 40~50대 구직자와 스마트공장 도입기업과 매칭 및 취업을 연계하는 ‘스마트제조기업 일자리패키지’ 사업도 신규로 추진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이미 많은 중소기업에서 강제적 구조조정이 확산하고 있는데

▷올해 ‘구조개선센터’를 설치해 기업들의 안정화를 추진한다. 자금지원이 필요한지, 사업전환이 필요한지 현장 컨설팅을 통해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통해 회생이나 파산 등 법적 강제절차를 밟기 전에 정상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선제적 구조개선’에 필요한 자금지원 규모도 지난해보다 5배가량 늘렸다. 이미 지난해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정책협의회도 발족한 상태다. 재기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이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겠다는 뜻이다.

-중진공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은 정책자금 지원이다. 올해 중점 추진 방향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자금의 역할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 등 디지털뉴딜에 1조4000억원, 친환경·저탄소 기업 육성을 위한 그린뉴딜 분야 6000억원, 지역균형뉴딜 6000억원을 투입한다. 또한 지난해 수출기업이 특히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신시장진출지원자금’도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5000억원을 지원한다. 정책자금 편의성 제고를 위해 상담부터 약정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개편한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는 대출 약정도 시간·장소에 구애 없이 할 수 있도록 전자약정시스템도 완비할 계획이다.

-중진공의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이 해외 판로개척인데

▷수출이 가장 걱정이다. 지난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나긴 했지만,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 운송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항공·해상 운임을 지원하고, 미국 등 주요 권역별 물류 거점 확보도 계속 추진한다. 시스템반도체나 미래자동차 등 혁신기업에는 ‘성장산업 전용 수출지원 프로그램’을 수출바우처 사업 내에서 운영하고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폭이 컸던 전통 제조업 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수출 조기 회복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도 시행 중이다. 중소기업 수출 확대를 위해 유관기관과 협업도 강화하겠다.

김학도 이사장은…

△1962년 청주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학사) △행정고시 31회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에너지자원실장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제18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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