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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주 ‘어닝쇼크’로 시작하는 실적시즌…코스피에도 악재

김인경 기자I 2024.01.10 05:00:00

삼성전자, 4Q 영업익 2.8조원…기대치 25.2% 하회
반도체 감산 속 고정비 부담 확대…'이익개선 한계'
LG엔솔 영업익도 시장기대치 절반 수준에 불과
美 금리인하 기대 후퇴 속 어닝쇼크 주의보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실적시즌의 문을 열자마자 ‘어닝쇼크’의 행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위 삼성전자(005930)가 시장 기대치의 4분의 3에 불과한 4분기 영업이익을 공개한 데 이어 시가총액 3위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부진한 성적을 내놓았다.

간밤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반도체 종목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예상치 못한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에 투심(투자심리)이 불붙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코스피 역시 반등을 위한 힘을 받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이 4분기 실적에 통상 성과급이나 상여금 등 퇴직금은 물론 인수합병(M&A) 대금 같은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하는 일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에 제기된다.

삼성전자, 4Q 어닝쇼크…기대 너무 앞섰나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800원(2.35%) 내린 7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장 직전 삼성전자는 4분기 잠정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91% 줄어든 67조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03% 감소한 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기대한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조7441억원이다. 영업이익 기준 시장 기대치에 25.16% 못 미친 성적으로, 시장에서는 ‘어닝쇼크’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역시 6조5400억원에 머물며 전년 동기보다 84.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삼성전자는 잠정실적만 공개한 만큼,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감산 확대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점이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위당 원가 증가로 인한 고정비 부담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매출 증가 폭 대비 이익 개선 폭은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원가 효율화(가동률 회복에 따른 고정비 분배)가 나타날 올해 2분기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4분기 실적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LG엔솔도 쇼크…눈높이 하향 불가피

삼성전자의 실적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내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2.5% 늘어난 33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기대치(6302억원)를 46.33% 밑도는 성적표다.

실적시즌에 돌입하고 시가총액 상위종목에서 연이어 어닝쇼크가 발생하며 4분기 실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미 4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는 총 272곳으로, 이들의 영업이익 합은 1개월 전만 해도 42조9833억원으로 추정됐으나 현재 40조5608억원 수준으로 5.64% 하향됐다. 또 절반에 가까운 130개사(47.79%)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가뜩이나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이라는 변수까지 있다. 임직원 상여금이나 성과급, 퇴직금 등 인건비부터 인수합병(M&A) 대금이나 리콜 등 비용까지 반영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4분기 일회성 비용에 따른 어닝 쇼크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면서 “이에 2~3월에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진행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변수가 될 증권, 상생금융 지원 규모가 인식될 수 있는 금융 등의 실적 변동성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로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지난 2일 2669.81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닷새 연속 하락하며 이날 2561.24로 거래를 마쳤다. 가뜩이나 금리에 대한 우려가 확대하는 가운데 실적마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코스피의 약세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도했던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정상화되고, 중국의 경기 불안심리가 진정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1분기는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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