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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고객님, 주문하신 소고기가 지름길로 오는 중입니다”

지영의 기자I 2022.05.30 07:18:28

축산물 유통 시장에 ‘지름길’ 뚫은 플랫폼 기업
최대 30% 가격 절감 효과…소상공인 부담 줄였다
전국 익일 배송 시스템 갖춰
적정 시세·재고 알려주는 ‘미트박스 지수’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고기 외식 한 번 하면 2인분 식사비가 기본 5만~6만원선을 훌쩍 넘어가는 시기. 나날이 높아지는 고기 1인분 가격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진다. 대체 원가는 얼마인가. 내 앞접시에 놓이는 삼겹살과 스테이크의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유통이다. 소비자에게 오기 전 유통 단계가 늘어날수록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상품 출하에서 구매 고객까지 오는 단계만 줄여도 가격 인상 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물 유통 시장에 ‘지름길’을 뚫은 기업이 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Meat Box)’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기봉 미트박스 대표 인터뷰
축산물 시장 지름길 뚫고 시세 공개…가격·재고 정보 담긴 ‘미트박스 지수’

미트박스는 지난 2014년 김기봉·서영직 대표가 손을 잡고 함께 설립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미트박스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김기봉 대표는 “과거 축산물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부르는 게 가격이라 초보와 전문가를 차별해 가격이 달라진다는 불신이 만연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시장이 건강해질거라 생각한 것이 미트박스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미트박스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축산물 유통 구조를 직거래로 바꿔놨다. 대폭 축소된 유통구조 덕에 식당과 정육점 등 소상공인들이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미 누적 거래액이 1조를 넘겼다. 현재 미트박스에 입점한 상품은 7000여개가 넘는다. 최근에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오픈했다.

축산물 시장에 미트박스의 등판은 의미가 크다. 미트박스는 플랫폼에서 시세 및 공급 가격구조 관련 정보를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소수의 공급업자가 쥐고 있던 정보가 공개되자 가격에 거품이 낄 자리가 없어졌다.

김 대표는 “시세는 공공재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하루도 빠짐 없이 업데이트 하고 있다”며 “이런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최근 자체 연구소인 ‘미트박스 데이터랩’도 오픈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를 만들고 있다.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미트박스 지수’를 개발 중이다. 미트박스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종합적 지표다. 재고를 예측하고, 적정 가격을 알려주는 기능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축산물 시장은 감으로 하면 안 되는 시장이다. 시세에 맞지 않게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지표가 꼭 필요하다”며 “국내 유통 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유통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업 확장 ‘박차’ 식자재 서비스 확대…“기반 시스템 공유로 상생”

빠른 성장의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오뚜기와의 인연을 꼽았다. 미트박스는 창업 이후부터 현재까지 오뚜기물류서비스(OLS)와 손잡고 전국 단위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뚜기와 협력을 통해 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점이 다른 식자재 플랫폼 업체들과의 차별요인 중 하나다. 타사의 경우 대부분 상온 차량으로 배송하고 있다. 냉장·냉동상태로 배송하기 위해서는 포장재가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미트박스는 냉장·냉동 보관 창고에서 바로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배송하기에 포장재가 과다 사용될 이유가 없다.

김 대표는 “초반에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는데 거절도 많이 당했다. 우리의 니즈를 이해하고 선뜻 손 잡아준 곳이 오뚜기”라며 “이 협력이 사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함께 확장해갈 부분이 많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축산물 외에 식자재관도 운영을 시작했다. 식자재 거래액도 빠르게 늘기 시작, 지난해 기준 6억원을 기록했다. 미트박스는 풀필먼트 체계를 확장해 냉동·냉장 물류 사업 사이즈를 키울 계획이다. 경기 용인에 7200평대 부지를 확보해둔 상태로, 풀필먼트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풀필먼트센터는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이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상생을 추구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확장될 풀필먼트 체계와 콜드체인은 도움이 필요한 회사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자재 사업에는 상당히 세련된 물류가 필요하다. 풀필먼트와 배송 체계는 개발하는 데 초기 비용이 크게 들어가기에 신생 회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김 대표는 “먼저 수도권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점차 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들이 있다면 적극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트박스는 현재 시리즈C까지 총 260억원대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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