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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우리 동네 열병합발전…‘가까운 것'이 아름답다

송길호 기자I 2021.09.08 06:10: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기자] 1973년 독일 출신 영국 경제학자 E.F.슈마허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50여년이 지난 오늘 이 책은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물결과 함께 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필자는 ‘인간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에 기반을 둔, 인간의 얼굴을 가진 기술’이라는 명제에 주목한다. 즉 오늘날 우리의 에너지전환이 공동체의 소통과 합의에서 출발하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고 싶다.

그러나 우리 에너지전환은 어떠했는가? 문재인 정부 ‘탈핵’ 공약으로 시작된 에너지전환은 국민합의나 최소한의 공론화도 없이 법제화조차 외면한 채 추진했고, ‘월성1호기 폐로’는 사법 심판대에 올랐다. 지난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는 공론화기구인 탄소중립시민회의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절차의 부당이 합리화될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분산형전원에 있다고 본다. 특히 공학자로서 ‘열병합발전이 갖는 인간의 모습을 한 기술’이라는 측면에 주목하고 싶다. 이미 탄소중립을 향해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이 아직은 효율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와 병행하여 열병합발전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열효율이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은 생산한 열의 44% 정도만 전기로 변환한다. 그러나 열병합발전은 별도 변환 없이 열에너지의 30%는 발전, 45% 정도는 난방에 직접 활용하므로 열효율이 75~85%까지 높아진다. 열병합발전의 또 하나 친환경성은 지역밀착형 분산형 전원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이나 석탄화력은 송변전과 고압선을 통해 공급하지만 열병합발전은 인근에서 곧바로 전력과 열을 공급한다. 따라서 총량적으로 온실가스와 탄소배출을 현저히 저감한다.

그런데 정부가 에너지전환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LNG열병합발전이 전국 곳곳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고향 대전을 찾아 에너지 분야 정책에 밝은 전문가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평촌LNG열병합발전, 대전열병합발전의 시설현대화 의제를 놓고 많은 논의를 하였는데, 현재 대전의 전력 자급률은 1.9%로 전국 최저이고, 1000㎿급 평촌열병합발전을 건설했을 경우 전력 자급률은 60%, 500㎿급 대전열병합 LNG 시설현대화만으로도 30%의 전력 자급률을 확보할 수 있다. 대전 전력수요의 40%는 석탄화력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실가스와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급격한 인구감소와 탈기업화가 진행되는 지역실정에서 경제적 기대효과의 유실은 더욱 안타깝다. 평촌열병합발전소는 대전시와 협약 체결 당시 1조 8000억 투자유치, 658억 원 이상 세수 증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주민반대에 부딪치자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5000여억 원 투자로 지역경제 기여가 기대되는 대전열병합 시설현대화 또한 주민반대투쟁위의 시위에 직면하자 돌연 반대로 돌아섰다.

문제는 대전시와 대덕구, 지역정치권이 주민합의와 조정 역할은 외면한 채 주민반대 입장에 편승하고 있는 행태다. 더구나 대전의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적극적이어야 할 여당 소속 아니던가?

‘탈핵’에서 ‘탄소중립’에 이르기까지 일방통로식 결정으로 일관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은 목전의 주민반대에 다가오는 선거에서의 표계산으로 수수방관한다면 국가대계의 에너지전환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LNG열병합발전이 완전한 탄소중립과 친환경 에너지원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전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도기 에너지원임은 분명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명제를 떠올리며, 에너지전환에서는 ‘가까운 것이 아름답다’가 어울리는 명제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주권과 주민공동체를 존중하는 합의와 공론, 그리고 행정 본연의 책무인 조정과 중재의 자세로 속히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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