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가 558조 원에 달하는 2021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자 각 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모두 자기 지역에 최소 수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예산을 가져왔다며 문자와 이메일 등으로 홍보했습니다. “역대 최고액” “예산왕”이라 자화자찬하며 열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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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국회의원도 이러한 기사를 반깁니다. 예결위 소속의 모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예산을 많이 가져갔다는 기사가 나오자 보좌진을 시켜 지역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지역구 유권자에는 환영받을 만한 소식이거든요.
배정된 예산을 뻥튀기하기도 합니다.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은 다른 지역과 연계돼 있는데 모두 자기 지역구 예산으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지역 예산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일 수 있는데다 숫자로 나오는 만큼 유권자의 의정 활동 평가에 척도가 됩니다. 최근 덜해졌으나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현안 해결 예산을 적어 처리를 부탁하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성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표’ 때문입니다. 예산을 따오는데 실패하면 다음 선거전에서 “지역 예산도 못 따오는 무능한 후보”라 공격받기 일쑤입니다. 반대로 예산을 많이 따왔다는 건 예산안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실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산안만큼은 언론으로부터 공격받을수록 지역 내 평가가 올라가는 희한한 상황이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이기주의에 국회의원이 편승한 것인데 무작정 비판할 순 없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각 지역구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해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선거 당시 유권자와 한 공약 이행을 위해서도 예산안 확보는 필수불가결입니다. 하지만 국가빚이 109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자기 지역구만 챙기는 의정 활동은 결코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46조 2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법 제24조에 따라 임기 초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취임 선서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