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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사퇴 후 장기공석…흔들리는 금통위 위상

하상렬 기자I 2024.01.24 05:00:00

[흔들리는 '7인의 현인']①
작년말 금통위원 용산행 이후
두달 지나도록 후임 인선 지연
통화정책 연속성, 일관성 고려
금통위 빈 자리 조속히 메워야

[이데일리 하상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비롯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 자리가 두 달째 공석이다. 공백 장기화에 더해 이번 사례는 금통위원 최단 기간 근무 후 중도 사퇴였다는 점에서 이른바 ‘7인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금통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금통위원은 한은 총재를 금통위 의장,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고 5명의 금통위원이 5곳의 기관장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작년 12월 1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으로 발령되면서 금통위원 한 자리가 23일 기준 53일째 공석이다. 이데일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통위원(총재, 부총재 제외)이 공석일 때 신규 임명시까지 걸린 시간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번 공석 기간은 세 번째로 긴 기간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의 명령인 한국은행법 시행령에는 금통위에 공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정 기간이 명시돼 있다. 한은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임기 만료 30일’ 전까지 추천기관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해야 하고 궐원(闕員)이 생긴 경우엔 ‘지체없이’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미 전임 박 수석을 추천했던 금융위원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통위원 임기는 통화정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법으로 4년간의 임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수석이 역대 최단기간인 7개월만에 중도 사퇴하면서 금통위원의 인력 운영이 법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승범 전 위원이 2020년 4월 연임된 후 2021년 8월 금융위원장으로 발령나면서 중도 사퇴했던 사례를 제외하고 2008년 이후 한 번도 금통위원이 중도 사퇴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통위원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금통위원은 국민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자리다. 통화정책의 연속성, 일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통위원을 임기 중간에 빼 정부 요직에 앉히거나 금통위원 공석을 길게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통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여타 중앙은행 위원회 대비 구성원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위원 한 명, 한 명의 공백의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연준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11개 연방준비은행 중 4명의 총재가 금리 결정에 참여한다.

금융위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금통위원은 연준 등 해외 통화정책 협의체에 비해 숫자가 적기 때문에 공백의 의미가 더 크다”며 “금통위든 어느 조직 체계든 본래의 것을 구성할 때의 목적은 성원이 완전히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조속히 메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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