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2년만에…짐 싸는 개미들

김보겸 기자I 2022.07.05 07:11:51

수익률 -70%에 '원금보장' 적금찾아 삼만리
상반기 순매수 상위종목 손실률 -28.96%
거래대금·'빚투' 잔고도 작년보다 줄어
"관망해야" vs "저점매수해야" 전망 엇갈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주일에 한 번 주식창을 열까 말까예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수진(31)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일 주식창을 열어보며 하루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코스피 지수가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때 꾸준히 달마다 100만원씩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던 이씨는 이제 꼬박꼬박 통장에 예금을 하는 중이다. 이씨의 수익률은 -40%. 그는 “지금 주식 가격을 보면 더 사고 싶긴 하다”면서도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몰라서 국장(국내 증시)에 돈을 더 넣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때부터 전 재산의 80% 넘게 주식에 투자해 왔다는 1년차 직장인 김현구(27) 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수익률 -70%를 찍은 김씨는 지난달부터 연이율 5.1%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타면서 ‘동학개미 운동’ 2년 만에 개미들이 하락장에서 탈출하고 있다. ‘커피 마실 돈으로 투자하라(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정기적으로 주식을 사던 이들은 이제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과 적금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상반기 동학개미 수익률 -28%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8.96%였다.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외국인과 기관에 맞서 개미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2년 전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국민주인 삼성전자(005930)였다. 상반기에만 15조1610억원을 사들이며 2위인 네이버(2조650억원)보다도 6배 가까운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3위는 카카오(035720)(1조7710억원), 4위는 삼성전자우(005935)(1조4840억원)였다. SK하이닉스(000660)(1조1400억원), 삼성전기(009150)(1조300억원), LG전자(066570)(8530억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7750억원), 카카오뱅크(323410)(731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상위 10개 종목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550만명이 보유한 국민주 삼성전자는 연초 7만8600원에서 지난달 30일 5만7000원으로 27.48% 떨어졌다. 4일에는 개장 직후 주가가 5만5700원까지 빠지며 52주 신저가를 또 경신했다.


이밖에 네이버가 -36.17%, 카카오가 -38.95% 떨어졌고, 삼성전자우도 -27.67%를 기록했다. 연초 12만8500원이던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9만1000원으로 마감하면서 29.18% 떨어졌다. 4일에는 8만9100원으로 마감하면서 9만원을 밑돌았다. 삼성전기도 -32.90%를 기록했으며, LG전자는 연초 13만9500원에서 14만6000원까지 올랐다가 8만8300원까지 하락하며 -36.70% 급락했다.

카카오뱅크도 5만9100원에서 3만250원으로 48.82% 하락했다. 그나마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하락률이 7.40%로 평균 손실률에 못 미쳤다.

활기 잃은 국내증시…잔고 감소 두드러져

국내 증시도 활기를 잃고 있다. 인기 종목의 수익률이 퍼렇게 멍들면서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으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13조3915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거래대금은 그날 주식이 사고 팔리면서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을 의미하는데, 거래대금이 클수록 투자자들이 주식을 활발하게 거래한 셈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13% 급락한 지난달 거래대금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조3900억원을 기록, 작년 6월(11조4018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2월(3조702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 투자자예탁금은 58조7380억원으로 6개월 전(67조5310억원)보다 8조7930억원 넘게 줄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 잔고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지난해 말 23조886억원에서 1일 17조9891억원으로 5조원 이상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이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으로 잔고가 줄어든다. 주가가 떨어져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비율이 기준치를 밑돌면 증권사가 강제로 청산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져 잔고가 감소한다.

“관망해야” vs “저점매수해야”

상반기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개미들이 하반기에 만회할 수 있을까.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선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기업들의 연간 순이익 예상치를 180조5000억원으로 전주 대비 0.9% 하향했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지난 1일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저점매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현 상황에선 관망이 가장 좋다”고 했다.

다만 7월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은 공격적인 매도를 통한 과도한 현금 보유 전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심리 및 밸류에이션 상 낙폭이 과대하다는 인식으로 기술적 반등이 수시로 출현하며 저점을 높여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300대에서 인버스나 숏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렵다”며 “금융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동안에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 코스피가 급락하는 동안 플러스를 기록한 업종은 조선업이 유일하다”며 필수소비재와 통신서비스 분야, 철강, 은행, 보험업도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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