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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칩4 초기부터 ‘룰 메이커’로 나서야"

김영수 기자I 2022.08.05 06:00:00

<美·中 패권전쟁, 기로에 선 韓>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전 산업부 차관) 특별기고
아직 역할·협력 범위 등 정하지 않아
판짜기 단계부터 우리입장 적극 피력
中 진출한 기업 불이익 최소화해야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정부에 반도체 협력체인 이른바 ‘칩4(Chip4)’ 동맹을 제안했다. 국내에서는 ‘칩4 동맹’이라고 부르지만 아직 공식 명칭은 없는 상태로 참여국의 역할, 협력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미국 정부는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반도체산업 증진을 위한 역할 정도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이 칩4 동맹을 활용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대만과의 기술동맹을 통해 반중(反中) 전선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입장 표명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칩4 동맹 가입은 중국 시장을 배제하는 ‘상업적 자살 행위’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어서다.

칩4 동맹 가입 여부에 앞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사례를 참고할만 하다. 우선 IPEF에는 대만이 빠져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이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이 대만의 IPEF 가입을 꺼렸고 미국도 이를 수용해 대만이 빠진 상태로 IPEF를 출범시켰다. IPEF는 또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 조세·반부패 등 다양한 협력 의제를 다뤄 만약 중국을 배제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해도 참여국들이 해당 의제에 일정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칩4 동맹은 단일 품목을 다루고 있어 개별 국가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적다. 더구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거셀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한국뿐 아니라 미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생태계에서 원천기술과 설계를 맡고 있는 미국 기업도 소비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연결고리를 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칩4 동맹이 일단 결성되면 14나노 이하 첨단기술의 대중 투자나 반도체 공장 증설, 전략물자의 교역을 통제할 것이다. 당장 보복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계속 반발하고 반도체 굴기를 접지 않을 경우 미국은 극단적 선택도 불사할 것이다.

칩4 동맹 가입 여부를 국익 차원에서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의견이다. 앞으로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이미 투자된 중국 내 공장 등 우리 기업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IPEF 초기 멤버로 참여해 ‘룰 메이커’ 역할을 했던 것처럼 칩4 동맹 역시 판짜기 단계부터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극 개입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 된 것은 미래를 앞서 보는 기업의 현명한 투자 덕분이었다. 반도체에 관한 한 우리 기업의 이익이 바로 국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美·中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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