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를 키우는 투자지표]증시 낙관론 쌓여간다…버블인가, 아닌가

최정희 기자I 2020.08.08 07:00:00

공포와 탐욕지수 74..한 달 전엔 48에서 `탐욕`쪽으로
풋콜레이쇼도 0.42% 수준..`과매수` 구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만10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넘은 나스닥,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코스닥, 연 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코스피. ‘주가 더 오른다’는 증권사 리포트.

-32.9%의 미국 경제성장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공격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런 팩트를 조합하면 ‘증시는 버블인가’란 의문이 생긴다. 이 물음에 정확하게 답변을 할 사람은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증권가 주변에서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닷컴 버블 때와 비교..“버블이어도 지금 터질 때 아냐”

나스닥 지수는 6일(현지시간) 1만1108.07을 기록, 연 저점(3월 23일 종가 6860.67) 이후 61.9%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47.3%, 49.7% 올랐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지수는 연 저점(3월 19일 종가 1457.64) 대비 61.3%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100.2%나 급등했다.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CNN머니의 ‘공포와 탐욕지수(Fear&Greed index)’는 6일 74로 한 달 전 48보다 탐욕 쪽으로 기울였다. 숫자가 100에 가까울수록 위험자산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달 전보다 빠르게 낙관론이 커졌단 것이다. ‘사자’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풋옵션 거래량을 콜옵션 거래량으로 나눈 비율인 ‘풋콜 레이쇼’는 0.6 이하가 되면 ‘과매수권’이라고 해석하는데 현재 이 비율은 0.42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3월 폭락장이 연출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책이 증시를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경제 봉쇄 해제 조치에 경기 회복 기대감,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등이 추가로 증시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기 반등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됐고 백신 개발 관련 호재가 나오지만 실제 상용화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무엇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을까.

그래서 최근의 시장이 2000년초반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트렉(DataTrek)에 따르면 투자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현 기술주의 급격한 반등이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면 응답자의 61%는 1997년 초반이나 2000년 버블 막바지보다는 1998~1999년 기간과 유사하다고 답변했다. 버블이더라도 아직 터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또 응답자의 56%는 미국 대형 기술주는 버블이 아니고 70%는 이들 주가가 향후 1년간 5% 이상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풋콜 레이쇼가 IT버블 당시 약 3년 가량 과매수 구간을 유지한 적이 있어 투자자들의 매수 과열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단기 조정 가능성을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 꽝인데..기술주는 실적 좋아 `혼란`

특히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는데 이들은 코로나19 국면이 지속될수록 수요가 증가할 업종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더구나 실적도 어느 정도 받쳐준다.

버블이란 해석에 혼란을 주는 신호다. 아마존은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0.30달러로 전년동기보다 무려 97.8% 높은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컨센서스(1.48달러)보다 595.9% 상회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애플도 131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내 컨센서스를 25% 상회했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등 온라인 플렛폼 업체, 삼성전자(005930) 등도 모두 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이익을 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는 마비됐으나 기업 실적은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단순히 유동성에 취해 오르는 것만은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펀더멘털과 괴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펀더멘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제가 개선되지 않아도 기업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기업이익이 증가할까. 하 연구원은 “경제의 이익이 상장회사(상장사들은 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이기 때문)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2000년 이후 20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상장사들로 경제 전체의 이익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 채권 절반 이상이 1% 미만에서 거래되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좀 더 위험한 자산인 주식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FOMO( 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하는 마음)’심리 때문이란 얘기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특정 주식의 과열이 상당하고 주식시장 전반의 펀더멘탈이 추가 개선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주식 시장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의 관점에서 생각을 전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을지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주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며 “3분기 횡보 이후 4분기 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출처: CNN머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