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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격 줄인상, '이게 끝이 아니다'

정병묵 기자I 2022.10.14 05:30:00

물가 안정책에도 국제 식자재 수급·강달러 등 외부 리스크
식품·유통업계, 물가 인상 압박 우려 속에 불안한 4분기
2분기 강달러 지속으로 원재료 투입단가 올라 추가 인상?
내년 상반기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심화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하반기 식품 등 공산품 가격이 줄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전방위적 물가 안정책에도 국제 식자재 수급과 환율 등 외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서다. 가뜩이나 가격 인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식품·유통업계는 불안한 마음으로 4분기를 맞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둔화한 뒤 2월에 3.7%,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 등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아직 상승폭이 낮지 않다.

23일 서울의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인상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정간편식, 김치, 과자, 라면, 장류를 비롯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 정도다. 고기, 야채류, 밀가루 가격까지 뛰면서 외식물가까지 동반상승하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 가락시장 기준 배추 1포기 도매가격은 8992원을 기록했다. 9월 초(7900원)보다 28.3%, 평년보다는 120% 오른 가격이다.

하반기 남반구 작황이 중요…내년까지 상승세 지속 가능성

실제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한 국제 곡물가격은 3분기에 북반구 작황 호조와 달러 강세 심화 영향이 반영되면서, 2분기 대비 안정을 찾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국내 음식료 업체들의 원재료 투입단가는 달러 강세 심화로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 현상) 우려가 이어지면서 남반구 작황 상태가 연말과 내년 초 물가에 중요한 포인트”라며 “만약 연말에 확인될 남반구 작황이 좋지 않다면 내년 하반기 원재료 투입단가도 내년 상반기 대비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원재료 투입단가 흐름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주요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라면, 과자 등 공산품은 물론 칼국수, 스파게티, 피자 등 외식 메뉴의 주원료인 원맥(밀)의 경우 대부분 미국과 남반구 호주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을 올해 한 차례 올렸지만 국제 식자재 수급과 원·달러 환율이 지금 상태로 지속된다면 내년에 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유통가, 대규모 물량공세로 절박한 할인전

유통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비로소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다시 발길을 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체 대비 상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절박한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139480)는 제 11호 태풍 ‘힌남노’로 생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마트가 60t가량 물량을 확보해 오는 19일까지 올해 첫 생굴 판매에 나선다. 남해안 생굴 250g(봉)을 할인카드 사용 시 최대 50% 할인해 선보인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주일 판매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인 60t의 생굴을 확보했다. 보통 생굴 시즌이 시작되는 10월 중순, 일주일 판매 물량이 20t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평년 대비 3배 가량의 물량을 준비한 셈이다.

홈플러스는 김장철을 앞두고 13일부터 19일까지 ‘금값’이 된 절임 배추·알타리무, 김치양념 등을 20% 할인해 사전 예약 판매한다. 추가 산지 확보 및 사전 기획을 통해 절임 배추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20% 늘린 6만 박스를 준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강달러 지속은 유통업계에도 큰 위기”라며 “우선 산지 확보를 통해 대처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내년은 기업도 소비자도 모두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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