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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불안 고조…에너지硏 “사용 절감해야”

김형욱 기자I 2022.09.07 06:00:00

산업부, 수급현황 점검회의
가스公, 물량 조기 확보 추진
유사시 일부 LPG 대체키로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러시아 정부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을 끊겠다고 하면서 세계 천연가스 공급 불안정성이 한층 커졌다. 정부도 물량 조기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근본적으로 올 겨울 도시가스·전력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유법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7일 서울 한국가스공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천연가스 수급현황 점검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오전 서울 한국가스공사(036460)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천연가스 수급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스공사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사, 도시가스협회, 민간 LNG산업협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과 겨울철 대비 계획을 점검한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1을 무기한 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고장을 이유로 사흘간 끊겠다고 했으나 특별한 이유를 설명 않고 무기한 끊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서유럽 주요국, 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기로 한 직후 나온 발표다. 서방국이 올 2월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며 대(對) 러시아 경제제제를 강화하자 러시아가 ‘자원의 무기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값싼 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에 의존해 오던 서유럽 국가가 천연가스 수급 비상에 걸리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4개국도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게 됐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동북아 4개국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써 왔으나, 유럽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LNG를 확보하려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호주, 중동 등 천연가스 생산국이 LNG 수출을 늘리려면 최소 2년의 설비 확충이 필요한데 당장 LNG 수요만 대폭 늘어난 셈이다. 지난 5일 기준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시세(JKM)도 백만BTu당 62.8달러로 올 1월4일 29.4달러보다 2배 이상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도 당장 전력 생산과 난방용 도시가스의 핵심 원료인 LNG를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는 것은 물론, 수급 차질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사진=AFP)
국책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 천연가스 시세는 유럽과 아시아의 겨울철 난방 수요 때문에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처럼 우리도 천연가스 사용 절감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천연가스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맡고 있는 공기업 가스공사는 올겨울 국내 천연가스 수요를 높여 잡고,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현물 구매와 해외 지분투자 물량 도입을 통해 필요 물량을 최대한 조기 확보하기로 했다. 당장 큰 비용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국내 수급 차질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LNG 차질 땐 석유에서 추출하는 가스, 액화천연가스(LPG)를 도시가스용으로 일부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도입 물량의 약 80%를 국제유가와 연동한 중동·호주 등과의 장기공급계약으로 받아오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대형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대량의 수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나머지 20%는 오를대로 오른 현물 시장에서 들여와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은 물론 수급 차질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 직수입사도 통상적으론 국제 천연가스 시세가 급등한 상황에서의 도입 물량을 줄이는 게 보통이지만, 국가적인 수급 위기 상황을 맞아 겨울철 필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재고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정부는 현 국제 천연가스 시장을 비상상황으로 보고 매주 국제 천연가스 시장 동향과 국내 수급관리 현황을 집중 관리할 것”이라며 “수급 위기 땐 민간 직수입사도 조정 명령을 내려 국내 수급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스공사와 도시가스협회를 통해 일반 국민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겨울철 도시가스 소비 절감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석탄화력발전 등) 타 발전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관계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지난 9월1일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민관 합동 에너지수급 비상대책반 1차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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