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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열의 물이야기]물 흐리는 이념논쟁

송길호 기자I 2023.08.25 06:15:00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국가 물관리에는 두가지 화두가 있다. 수량(水量)과 수질(水質)이다. 생존과 생산을 위한 수량은 환경 생태보전과 관련된 수질과는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 이념이 과학을 무시하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에 때론 엄청난 대립을 겪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70~80%가 장마철에 집중돼 있다. 그 탓에 물을 가두는 저장 시설이 없으면 안정적인 수량확보가 불가능하다. 충분한 수량확보는 국가의 생명줄이다. 2차전지나 반도체 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이 없으면 산업도 없다.

이미 일상화된 이상기후 속에서 매우 부족하지만 그나마 전국 곳곳에 물그릇이 만들어져 있다. 4대강 16개 보(洑)다. 총 저수량은 6억 2630만㎥에 달한다. 그런데 물 담은 그릇에 이끼가 낀다고 그릇을 깨자고 했다. 그러면 물은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 이끼가 낀 물이라도 있어야 정수해서 그릇도 닦고 먹는 물로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녹조가 발생하고 조류 독소가 생겨도 우리나라 정수처리 기술은 이를 100%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있어야 정수처리도 할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 7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16개 보(洑)를 존치하고 치수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4대강 보 적극 활용은 물론 지류·지천까지 정비 사업을 확대해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장관을 지낸 분이 반론을 제시하고 나섰다. 강과 하천의 보 설치는 물흐름 효과를 저해하고 지천의 수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시‘녹조 라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과연 국민, 특히 현지 주민들이 이에 동의할까. 4대강으로 인해 홍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있었는지, 보를 해체하면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지는 그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삶을 영위하는 주민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진실이고 진정한 과학이다.

보령댐 도수로 설치로 1일 11만톤의 농업용수와 식수를 공급해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했고, 올해 초 광주 호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일었을 때는 영산강에서 1일 3만톤의 수돗물 원수를 공급할 수 있었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 10년(2000~2009)과 사업 후 10년(2013~2022)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4대강 보의 경우 ‘개선’이 81%, ‘악화’가 6%, ‘유의미한 변화 없음’이 13%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이 홍수와 가뭄 방지에 신의 한 수였고 수질도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객관적 결과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념이나 진영 논리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소중한 것이 국민의 삶이다.

그간 4대강 감사는 다섯 차례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때 한 번, 박근혜 정부 때 두 번, 문재인 정부 때 한 번 있었고 이번 정부 감사는 5차에 해당한다. 감사 내용과 결과는 그때그때 달랐다. 이번 5차 감사는 4대강 재자연화 과정에 대한 감사였지만 그간 지적됐던 주요 내용 중 홍수나 가뭄 조절능력이 있는지, 수질을 악화시켰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이번 만큼은 정책 결정 내용을 사법부로 끌고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5차 감사를 끝으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방식으로 수자원을 관리해 수량과 수질을 향상하고 홍수와 가뭄을 극복해야 한다. 물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너무 소중한 국민의 생명줄일 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소모적이고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간 경험해온 4대강의 과학적 사실을 바르게 정리하고, 부족함이 있으면 보완해가는 자세가 이념 논쟁을 극복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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