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대통령 지지율 끌어내린 ‘만 5세 취학’ 정책

송길호 기자I 2022.08.08 06:15: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고 있다. 비상이다. 보통은 이런 국면을 ‘국정 운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국정 쇄신을 모색하는데 여념이 없어야 한다. 한동안 국민들에게 큰 호응이 있었던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즉 도어스테핑은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정치판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 비상 위기 국면에 또 하나의 ‘천덕꾸러기’가 등장했다. 바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이다. 발표를 듣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설마 추진하겠다는 선언은 아니겠지 다만 의견 수렴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말이다. 그러나 시행 계획이었고 여론은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들끓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실의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언론사가 여론 수렴한 결과 발표도 있었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KBC광주방송이 UPI뉴스와 함께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를 해서 지난 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6.8%)에서 ‘입학 연령 만 5세 학제 개편 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찬성 의견은 고작 19.7%에 불과했고 반대 응답은 무려 7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책이 추진된다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진학 예정자의 학부모 세대인 30대와 40대에서 반대가 각각 78.4%, 85.6%에 달할 정도로 반발이 격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처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새 정부에서 연이어 삐걱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파동에 이어 정책 파동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첫 번째 이유는 ‘의견 수렴 과정의 패싱’이다. 정책 소비자인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공공 정책은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단지 학부모 뿐 아니라 앞으로 정책 영향을 받게 될 모든 국민이 대상이다. 이외에 학교 교육 관계자, 교육 정책을 법제화해야하는 정치권까지 의견 수렴해야 한다. 그렇지만 ‘만 5세 취학 연령’ 공약은 정책이 시행되면 정면으로 영향을 받을 당사자들의 의견조차 수렴되지 않았다. .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 발표가 민심 분노 폭발의 진원지가 되는 두 번째 이유는 ‘정책의 이해 공감 결핍’이다. 대부분 정책은 이해관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취학 연령을 조정하면 우선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다른 교육 및 보육 시설과 충돌 소지가 있다. 교육부 발표에서 언급돼 있지만 유보 통합(교육부에서 유치원을 관리하고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이원화된 체제를 통합하는 시도)은 말처럼 쉽게 되지도 않지만 무조건 학제 개편을 강행한다면 격렬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등학교 취학 전 선행 학습을 통해 국, 영, 수를 대비하는 수준도 학부모의 경제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만 5세 취학 연령’ 정책이 천덕꾸러기가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강행 추진’이다. 억지로 강행하는 시도가 먹히는 경우도 있지만 교육 문제나 정책에는 어림도 없다. 의견 수렴과 이해 공감 없는 정책을 강행 추진한다고 인식될 때 나오는 반응은 강력한 반발과 혹독한 평가 외에 없다.

시점 상으로 교육부의 설익은 ‘학제 개편 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치명적이다. 30대와 40대 그리고 학부모층과 학생층에서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표는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로 20%대 후반까지 추락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집권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키는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파동에 이어 ‘만 5세 취학 연령’ 개편 발표로 인해 대통령 국정 수행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상적인 정책이라면 ‘의견 수렴’, ‘이해 공감’, ‘시행 추진’이라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잘못된 과정을 밟았다면 빨리 철회하고 정상적인 괘도에서 추진하는 대안이 나와야 되는 수순이다. ‘짧은’ 휴가로부터 돌아오는 윤 대통령이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결코 머릿속이 가벼워지거나 상쾌할 수 없다. 지금 만 5세 학제 개편안 추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양식이 아니라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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