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IPO시장 열기 누가 잠재웠을까

이지현 기자I 2022.06.30 05:30:00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도 상장 철회
현대오일뱅크 컬리 등은 상장심사 지연
적정 공모가 책정해야 불씨 다시 회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근 코스피가 2400선을 밑도는 일이 잦아졌다. 삼성전자(005930), NAVER(035420) 할 것 없이 주가가 모두 아래로 향하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선 특정 종목이 어떤 이유로 오르고 떨어졌는지를 정리하는 ‘특징주’를 쓰는 게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증시 침체 상황에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시장마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치킨값’ ‘커피값’ 벌이로 통했던 소소한 공모주 투자마저 증시 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올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청약 참가자 442만명, 청약증거금만 114조원을 끌어모으며 역대급 기록을 쏟아냈다. 이런 뜨거운 IPO 열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을까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청약 후 상장한 공모주는 49개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54개에서 5개가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36개),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세계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상반기(25개)와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리츠를 제외하면 지난 상반기에 상장한 공모주는 32개에 그친다.


대어급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이 쏠리는 코스피 사장으로의 상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29개가 코스닥 시장으로 상장했다. 일각에서는 대어급이 시장에 등장한다면 꺼졌던 IPO 흥행 불씨가 다시 재점화되지 않을까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차기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과 원스토어, SK쉴더스 등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수요예측조사 흥행 실패로 상장일정을 철회했고 하반기 대어로 꼽히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마켓컬리 등도 잇따라 등판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29일 심사를 통과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상장예비심사는 빠르면 20일(패스트트랙), 보통 45영업일이면 종료된다. 만약 거래소가 기업에 추가 서류를 요청하면 심사는 기한 없이 연기가 가능하다. 이들 기업은 바로 이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요청한 보완서류의 준비, 제출을 미루면서 사실상 상장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공모가다. 올해 상장한 30개 종목(코넥스 2개 제외)의 최종 공모가를 확인한 결과 희망공모가의 △상단 초과 9개 △상단 8개 △공모가 밴드 90% 1개 △하단 6개 △하단 미만 6개 등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이 상단 이상에서 결정됐지만, 희망밴드에 못 미치는 공모가가 나온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지다 보니 대어급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정을 연기하는 게 이들 기업에 유리할까? IPO 시장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공모가는 이젠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된 만큼 증시 상황보다 적정한 가치평가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크래프톤(259960)은 고평가 논란 속 49만8000원이라는 높은 공모가를 강행했고 결국 흥행 참패에 현재는 공모가 대비 반 토막이 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이라면 크래프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여기에 공모과정에서는 흥행했지만, 1년도 안 된 사이에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카카오페이(377300) 사례도 되짚어봐야 한다.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량 행사로 주주들의 공분을 샀고 이후 기업에 대한 신뢰는 추락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젠 기존 악습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기업은 고평가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적정 평가 기준을 마련 적용해야 하고 투자자들도 단기 차익 실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중장기 투자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불신이 걷힌 IPO의 붐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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